시진핑의 부패척결에 움츠리지만 “황제는 멀리 있다”며 여유
상표국, 종이 떨어졌다 핑계 대며 9개월째 증명서 발급 않아
(서울=포커스뉴스) “최고 지도자들의 지시는 과거 봉건왕조 시대 왕의 명령처럼 떠받들어지며 지체 없이 그리고 불평 없이 집행된다.”
이것이 중국 권위주의 정권에 대해 일반이 품고 있는 하나의 오해라고 홍콩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지적했다.
그것은 중국 국영 언론매체들이 반복적으로 퍼뜨리는 궤변이다. 이들 매체에는 관료들이 특별 회의를 소집해 지도자들의 지혜를 칭송하고 그들이 내린 지시를 정확하게 집행할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가득하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 관료집단은 봉건시대 이래로 만약 그 지시가 기득권 집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되면 중앙정부의 정책을 얼버무리는 멋진 기술을 발휘해 왔다. 이 과정에서 부패한 지방 관료들이 만들어낸 것이 “하늘은 높고 황제는 멀리 있다(天高皇帝遠)”라는 유명한 말이다.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의 10년 통치 기간에 그랬던 것처럼 중앙의 권위가 약하면 이 말은 특히 들어맞는다. 그 시절에는 “정부 지시가 중남해(中南海)의 담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중남해는 베이징 중심부의 단지(團地)로 지도자들이 집무하고 기거하는 곳이다.
2012년 하반기 권력을 장악한 이래 시진핑 주석의 반(反)부패 사정(司正)은 부패한 관리 수천 명을 낙마시켰다. 이 가운데는 고위급 수백 명도 포함됐다.
그것은 또 수많은 관료들에게 공포를 심었으며, 시진핑을 공화국 수립 이래 중국 역사에서 가장 막강한 지도자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사정 태풍에 잔뜩 몸을 낮춘 관료들은 고급식당과 골프장 출입을 삼가고 사무실을 좁은 곳으로 옮기며 관용차 등급을 낮추는 등 이전의 사치스러운 생활방식을 자제했다.
하지만 그들의 해묵은 전통은 끝까지 버티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시장 세력이 더 큰 역할을 발휘하도록 해 주려고 지도자들이 행정 간소화와 관료주의 혁파를 최우선 과제로 밀어붙이면서 특히 두드러진다.
리커창 총리는 그 정책을 앞장서서 추진해 왔지만 그는 관료의 무기력과 나태에 대해 갈수록 짜증을 내는 모습이다.
지난 몇 년에 걸쳐 국영 매체들은 정책 실행을 질질 끈다며 리 총리가 공산당 비밀정보원들을 질책하는 발언을 수시로 보도해 왔다. 한 번은 그가 분을 못 이겨 책상을 내리친 것이 보도되었다. 또 다른 계제에 그는 일부 관리들을 사찰의 조각상에 비유했는데, 이는 봉급을 받고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와 같은 보도들은 그들이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인식됨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들이 직면한 관료주의적 저항의 규모를 들여다보게 해 준다.
SCMP는 관료들의 야바위를 다룬 최신 언론 보도로 판단하건대 리 총리의 혈압이 분명 다시 높아졌으리라 보았다.
이달 초 관영 매체에 떠오른 세부내용은, 국가공상(工商)행정관리총국 산하 상표국(商標局)이 종이가 떨어져 지난 8월 이래 증명서를 전혀 발급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 보도는 대중과 경제계 사람들 사이에서 관료주의적 지연의 말도 안 되는 속성에 대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신화통신조차 비난 보도를 통해 그 스캔들이 정부의 신뢰성과 명성에 흠집을 냈다고 말했다.
사태가 커지자 상표국은 정부 조달절차가 복잡해서 그랬다는 핑계를 대고 지연된 증명서를 다음 달 말까지 전량 발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상표국이 유일한 위반 사례가 아니라는 것이다. 후속 보도들에 따르면 구이저우성(貴州省)과 허난성(河南省)의 여러 공영 병원이 신생아들에게 출생 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 병원 또한 특정한 종류의 종이가 떨어진 것이 그 이유였다.
또 다른 기이한 현상은 지방 수준에서 일부 관료들이 직급을 낮춰 덜 힘센 기관으로 전출되기를 희망했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책임을 피하기가 더 수월하리라는 이유에서였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푸젠성(福建省)에서 관리 10명이 강등을 요구했다. 그들이 이렇게 한 이유는 짐작컨대 시진핑 총리의 부패 처단으로 인해 회색수입에 대한 그들의 접근이 많이 차단됐으며 뇌물수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관료사회의 무기력이 더 유능한 관료들이 정부에서 이탈하는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연줄을 이용하여 더 돈벌이가 좋은 민간 부문으로 옮기거나 그들 자신의 사업을 차렸다.
이렇게 중국 관료사회의 무기력과 나태를 소개한 SCMP는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리커창 총리가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려치는 일이 더 잦아질 것 같다고 논평했다.(Photo by Lintao Zhang/Getty Images)2016.04.18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시진핑 중국주석(왼쪽)과 리커창 총리가 지난달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Photo by Lintao Zhang/Getty Images)2016.04.18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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