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롯데마트 사과? 연락 한번 없어"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4-21 17: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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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사과문 발표후 21일까지 연락 없어"

롯데마트 측 "전담 조직 마련이 우선"
△ 고개 숙여 사과하는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

(서울=포커스뉴스) 롯데마트가 18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피해자 보상 계획을 발표한 이후 피해자 및 유가족과 단 한차례도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A씨는 “롯데마트가 사과문을 발표한 뒤 한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서 “다른 가족들 역시 전혀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피해자들과 유가족을 도와온 환경보건시민센터 측 역시 롯데마트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사과문을 발표할 당시에도 유가족들에게는 전혀 연락이 없었다”면서 “우리가 언론을 통해 확인하고 현장에 찾아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에라도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가족들은 물론이고 시민센터에도 전혀 연락이 없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실제로 당시 롯데마트 기자회견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 B씨는 “김종인 사장이 사과문을 발표한 뒤 관계자들이 곧장 마이크를 철수하는 등 행사장을 정리하고 현장을 빠져나갔다”면서 “가족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거나 그들이 기자들 앞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한 배려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측은 “아직까지 유가족이나 피해자들과 연락을 취하지 못한 것은 맞다”면서도 “피해자분들과 접촉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조직을 꾸리고 주체가 정해져야하기 때문에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화도 중요하지만 준비 없는 대화를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피해전담 조직을 정하는 게 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당시 피해자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전날 결정이 난 상황이었다. 사과문 발표 시기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급하게 결정이 된 것”이라며 “만약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피해자분들이나 피해자를 대표하는 분들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눴겠지만 급박하게 진행이 돼서 미숙했던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측은 “이후가 더 중요하다”면서 “이후부터는 대표하시는 분들, 그때 참석한 분들이 아니더라도 개별적으로 다 접촉을 해서 사과를 하든 방식에 대해 실행계획을 별도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곱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유가족 대표 및 환경보건시민센터 대표자 휴대전화 번호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런 기본적인 작업도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피해보상 전에 진정성 있는 사과에 대한 고민을 조금만 깊게 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마트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자사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보상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이날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그간 큰 고통과 슬픔을 겪어 온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들에게 많이 늦었지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검찰 수사 종료 전까지 피해보상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피해보상 대상자 및 피해보상 기준 검토, 피해보상 재원 마련 등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자들이 참석해 롯데마트 기자회견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의 사과 이후 단상 앞에 나선 가족모임은 “우리에게는 따로 연락하지 않고 기자들만 불러 사과를 하는게 무슨 사과냐”며 “낮 12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신고센터’ 설치를 요구하며 롯데마트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후 가족모임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만든 14개 제품의 24개 판매·제조·원료공급사를 모두 소환해 처벌하라”며 “SK케미칼의 경우 1994년에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했고 이후 8개 가습기 살균제품에 살균원료를 공급한 회사이므로 반드시 소환해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민형사상 공소시효가 지나기 전에 검찰청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신고센터'를 설치해 문제를 철저히 파헤쳐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지난 18일 “롯데마트의 피해자 보상 대책 발표와 무관하게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검찰은 “향후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게 된다면 재판과정 등에서 감형 사유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이들의 대책 마련 발표와 무관하게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에 대한 수사의 시작으로 지난 19일 옥시레킷벤키저 인사 담당자를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또한 21일에는 민원 업무를 담당했던 2명을 소환해 은폐 의혹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종인 롯데마트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앤리조크 서울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2016.04.18 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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