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믿지 않는 정보를 배척하게 마련인 사람 심리를 파고들기가 정말 어려워
(서울=포커스뉴스) 자신의 과거 실수를 들먹이며 집요하게 공격해오는 정적들에 맞서 오래 방어자세를 취해온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들어 자신의 지난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나아가는 새 전술을 개발했다고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최근 분석했다. “당신에게 문제가 많지 않소?”라며 몰아붙이면 클린턴이 과거와 달리 “그 지적이 옳다”라고 응수한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당신의 실수를 정식으로 시인하라”는 일종의 공적인 압력에 오래 시달려 왔다. 이런 압력에 굴복하면 자칫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지는지라 그녀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끈질기게 버티어 왔다. 상원의원 시절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찬성한 것에 대해 그녀가 사과하기를 거부한 것은 유명하다. 그러다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에게 진 뒤 그 문제가 자신의 패배에 상당한 원인이 됐다고 보고 뒤늦게 마지못해 사과했다. 이번 선거전에 돌입해서도 그녀가 국무장관 시절 공적 업무를 사적 이메일을 통해 수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FBI(미 연방수사국)가 수사까지 하고 있는 데도 지난해 가을 “그것에 대해 유감이다”라고 한 마디 툭 던진 것 말고는 별다른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클린턴이 뭔가 숨기는 것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클린턴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받아넘기는 새 전술을 개발했다. 상대방이 자기를 비판해 오면 그것을 “공정하다”고 평가한 뒤 다른 사안으로 화제를 옮기는 것이다. 그녀는 이 수법을 토론, 유세, 인터뷰에서 두루 사용하고 있다고 타임은 전한다.
지난달 ABC 방송이 주관한 민주당 후보 연설회에서 샌더스 지지자가 클린턴에게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에게 했던 연설의 원고를 공개할 용의가 없느냐고 묻자 그녀는 “음, 그것 좋은 질문이다. 그것은 매우 공정한 질문이다”라고 응대했다.
지난 2월 뉴햄프셔 연설회에서 청중 가운데 한 여성이 클린턴에게 “그것처럼 중대한 외교정책 실수”를 또 저지르지 않는다고 유권자들을 어떻게 확신시킬 것이냐고 물었다. 여기서 ‘그것’은 클린턴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찬성한 것을 가리킨다. 그러자 클린턴은 “그것은 참 공정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맞받았다.
그로부터 며칠 뒤, 한 젊은 유권자가 클린턴에게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공무에 개인 이메일을 사용한 것 △클린턴이 국무장관이었던 2012년 리비아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을 괴한들이 습격해 마침 그곳에 있었던 미국 대사 등 외교관 4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클린턴 책임론이 가라앉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그녀를 불신하는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획득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클린턴은 “그것은 진정 공정한 질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경선의 개막을 알렸던 아이오와 코커스가 열리기 전 아이오와 주 유력 신문 ‘디모인 레지스터’가 클린턴을 공개 지지하면서도 그녀가 실수를 순순히 인정하지 않는 점을 꼬집었다. 코커스 개표 직전 CNN 주관 연설회에서 “이 신문에서 지적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클린턴은 “그것은 공정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공화·민주 양당의 정치 관측통들은 이런 클린턴의 태도 변화를 그녀의 선거 전략과 결부지어 주목한다.
민주당의 노련한 전략가 로버트 쉬럼은 “질문에 발끈해하지 않고 그것을 차분하게 받아들이며 ‘그래, 그것은 실수였다’라고 말하는 능력은 그녀가 진실하고 원만한 인간이며 연단 뒤에 숨은 여러 다른 입장이 아니라는 느낌을 전달한다”면서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일종의 개방성과 비(非)방어적임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그녀에게 도움이 된다”고 타임에 말했다.
공화당의 전략가 릭 윌슨은 “내일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힐러리가 그녀의 메시지 발신 소프트웨어를 이처럼 약간 비틀었는지를 눈치 채지 못하겠지만 그들은 그녀가 지난 35년간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알게 될 것”이라면서 “장기간 굳어진 브랜드를 흔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클린턴을 연구해 온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의사소통학 교수 카린 앤더슨은 클린턴의 오랜 공직 경력이 그녀의 새 말씨를 중요한 전술로 만든다면서 “사람들은 그들에게 이미 익숙한 이야기들과 일치하는 사실들을 믿으며, 바로 그것이 클린턴 부부 두 사람 모두에게 정녕 다루기 어려운 어떤 것”이라며 “사람들은 그들이 이미 믿지 않는 정보를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앤더슨은 비판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이 클린턴에게 유리하다면서 그 부분적인 이유로 그녀가 유일한 여성 후보로서 이중기준에 직면할 수 있음을 들었다.
앤더슨은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 두 사람 모두의 언설은 훨씬 더 대립적이고 공격적”이라며 유권자들은 남자의 그런 행동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종종 더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내가 보기에 똑똑한, 그녀가 하려 애쓰고 있는 것, 즉 뉴스 입방아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길은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 다시 말해 인정하고 대화 주제를 바꾸는 것”이라고 조언했다.힐러리 클린턴.(Photo by Yana Paskova/Getty Images)2016.05.0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버니 샌더스.(Photo by Joe Raedle/Getty Images)2016.05.0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도널드 트럼프.(Photo by Ramin Talaie/Getty Images)2016.05.0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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