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현대·대우·GS건설 ‘이란 특수’에 싸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09 11: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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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대박 소식에도 주가는 빌빌

MOU 구속력 없는데다 건설사 손실 원흉 '중동 프로젝트 학습효과'

국내 주택시장 하향 우려도

(서울=포커스뉴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주요 건설사의 주가가 이란 특수에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1분기 실적 부진과 겹쳐 오히려 신용등급 하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크레디트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9일 이에 대해 건설사들이 맺은 양해각서(MOU)가 대부분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들을 괴롭혔던 ‘중동 프로젝트에 대한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또, 최근 2년 간 반짝 호황을 보였던 국내 주택경기도 공급과잉과 맞물려 다시 하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100억달러 규모의 바흐만 제노 정유시설 공사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대우건설은 15억달러로 추정되는 테헤란∼쇼말 고속도로 공사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따냈다고 밝혔다. GS건설은 80억달러의 사우스파스 11·14단계 프로젝트에 대한 MOU를 성사시켰다. 또, 대림산업은 53억달러의 아스파한~아와주 철도건설과 19억달러의 박티아리 수력발전에 대한 가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조선사와 마찬가지로 ‘수주 절벽’을 걱정해야 했던 건설사들로서는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 특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해당 건설사 주가는 오히려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수주 소식을 전한 주요 4개 건설사 주가는 이날도 하락 출발했다.

건설사들이 체결한 MOU는 구속력이 없다. 실제로 이란 현지에서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MOU를 맺은 고속도로 사업이 다른 곳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란 건설 공기업 CEO가 직접 밝힌 내용이다.

따라서 건설사뿐만 아니고 이번 이란 특수 자체가 불확실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나 기업들이 외교성과를 지나치게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설사 MOU가 본계약과 실제 공사로 이어진다고 해도 수익으로 연결될지도 불투명하다는 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반응이다.

지난해 건설사 실적에서 드러났듯이 현대건설을 제외한 중동 플랜트 공사의 저조한 채산성이 주요 대형 건설사의 수익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해외 프로젝트의 대규모 원가율 변동으로 영업적자를 나타냈고 GS건설도 사우디, 쿠웨이트, UAE 등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저조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공사원가가 투입됐지만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 금액이 주요 건설사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심지어 '이라크 대박'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던 한화건설도 원활하지 못한 자금 수령 등으로 우려의 시각을 받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4일 GS건설의 ‘Negative’ 등급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주택부문의 이익이 확대됐으나 역시 중동지역 현장에서의 추가 원가율 상승 때문이다.

이러한 학습 효과로 ‘이란 특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금융시장의 진단이다.

게다가 신평사 중심으로 국내 주택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건설사들은 해외 손실을 메우기 위해 최근 2년 간 신규 분양 물량을 늘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 과잉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미분양도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따라서 ‘이란 특수’는 실제 계약과 원활한 공사 진행으로 연결돼야 주요 건설사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크레디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주 절벽'도 걱정이지만 '저가 수주'에 이은 미래 손실도 문제"라며 "조선사 사례로 볼 때 무조건 수주를 통한 자금 돌려막기가 투자자들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데다 중동 수주가 자칫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MOU는 말 그대로 MOU일 뿐"이라며 "지나치게 과장된 부분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심리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주택경기마저 꺾이면 조선과 해운으로 집중된 구조조정이 건설로 확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현대건설의 최근 1주일 주가 추이.<출처=네이버>대우건설의 최근 1주일 주가 추이.<출처=네이버>GS건설의 최근 일주일 주가 추이.<출처=네이버>대림산업의 최근 일주일 주가 추이.<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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