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 치열한 논쟁 있었어야…진실한 사람 넘어가"
"친박계, 반기문 영입론…국민 모독하는 일, 있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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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대상 특강하는 김병준 교수 |
(서울=포커스뉴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병준 국민대학교 교수가 9일 새누리당의 당선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거침없이 쓴 소리를 날렸다.
참여정부 시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병준 교수는 이날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요청으로 당선자총회에 참석, '새누리당에 바란다'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국정 운영 체제를 '고장난 자동차'에 비유하며 "대통령중심제도 고장, 국회도 고장, 행정부도 고장났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또 "모든 대통령이 다 실패하는 국가, 모든 대통령이 임기 말에 만신창이가 돼서 나가는 국가"라며 "어딘가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다"고 꼬집었다.
김병준 교수는 이날 특강에서 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지난해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발언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라며 "어떻게 하면 국가의 재정을 확보해서 국가 재정을 어디에 쓸 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딨나"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유승민 의원이 그런 류의 이야기에 대해 어디까지 생각하고 얘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공당이라면 그 부분에 대해 심각한 논의를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의 노선으로 삼든, 치열한 논박을 하든 했어야 했는데, 거기에 대한 아무런 논박도 없이 진실한 사람의 논쟁으로 넘어가 버렸다"며 "이건 국민이 볼 때는 굉장히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국민이 볼 때는 마치 조세는 하나도 늘리지 않겠다는 것이 이 당의 주된 노선인지, 다른 나라는 GDP의 35% 정도를 (복지에) 쓰고 있는데, 우리는 23~24%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시대에 그걸로 버티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며 "그걸로 치열하게 논쟁을 했으면 좋았는데 그냥 진실한 사람 논쟁으로 넘어가 버렸다"고 재차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해 4월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 같은해 7월 '국회법 파동'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다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과 친박계의 사퇴 요구에 직면,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김 교수의 이같은 발언은 '증세없는 복지'에 대한 논의없이 '유승민 죽이기'에 몰두했던 새누리당과 청와대 양측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병준 교수는 또 반기문 대망론과 관련한 친박계의 '이원집정부제' 논의에 대해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고 있어선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국정 운영 체제는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이원집정부제든 내각제든 뭐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면서도 "그 고민의 표출이 친박계와 반기문이라는 특정인이 연합해 손을 잡는 재집권의 시나리오로 나온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신문에 칼럼을 썼다. 하늘에서 벼락이 쳤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정당한 베이스에서 적절한 언어와 개념으로 공인이 이야기를 꺼내야 할 것을 희화화시켜 버렸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병준 교수는 이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여야가 공히 권력정치에 함몰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로지 권력을 잡는 것만 얘기하는 정치다. 권력을 잡아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왜 불분명한가하면 사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무감각하거나, 국회의원 개인이 알고 있더라고 집합적 지식으로 제대로 정리가 안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권력을 잡은 다음에 국가를 어떻게 끌고 나아가야 하고,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이야기가 없다"며 "오로지 여야가 이기고 지고에 함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다음 대통령을 우리가 내느냐 못내느냐' 이 문제에만 몰두한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교수는 강연 도중 여러 차례 정치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도 당이 만든 대통령이다. 당이 잘 돼 있으면 정책적으로 준비된 대통령이 나온다"며 "당이 준비 안돼 있으니 대통령후보조차도 준비가 안돼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있었던 김 교수는 "대통령 선거를 치를 때 보통 당이 적극적인 역할을 못한다"며 "후보는 할 수 없이 사설정책캠프를 따로 만든다"고 했다.
이어 "결국 아차하는 순간 대통령은 정책적으로 준비가 돼 있지 않고, 당이 서포트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대통령이 된다"며 "뭘 해야할지 의제 자체가 불분명할 때 대통령이 된다. 그렇게 대통령이 되고 나면 일이 분명하지 않은데 그 일을 누가 맡을지 어떻게 결정하나"고 반문했다.
그는 "인사는 혼선을 겪을 수밖에 없고 정책적으로도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병준 교수는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틀림없이 그만큼 준비가 안돼 있다. 미래 사회에 대한 준비와 대책이 안돼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려면 당연히 구조조정을 한 뒤 신 산업이 어떻게 갈지 얘기가 나와야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대책·평생교육 체계 개선 등이 패키지로 나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불분명한 상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정부가 이번에 집권했을 때 구조조정의 문제들이 제대로 대두됐다면 그야말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경제수장으로 가서 앉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심장에 매스를 댈 수 있는 사람이 가야 하는데, 온건한 사람이 가서 구조조정 이슈도 못하고 와서 오는 바람에 지금 와서 문제가 터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병준 교수는 이러한 문제들이 결국 "사람 중심의 정치를 운영하게 하는 것"이라며 '친박' '친노' 등 계파 문제가 비롯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도 나중에는 정책적인 전체 흐름을 제대로 잡지 못하니, 대통령의 힘을 정책으로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지배하려고 한다"며 "그 과정에서 소위 친박, 친노라는 것들이 나온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계파가 당내 지지자 그룹을 생성하려고 하고, 실질적인 정책 토론은 뒤로 가버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 대해 "이런 문제들이 극단적으로 나타났던 것"이라며 "저는 어느 당이 이기고 졌다고 얘기하기 싫다. 이건 대한민국 정치 전체가 패배했고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마치 양당이 짜고 담합하는 것처럼 미운 짓만 했다"며 "한 쪽은 친박, 한 쪽은 친문 운운하고 서로가 가는 데까지 막 갔다"고 했다.
이어 "그나마 국민들이 선거를 하러 간 것은 제 3당이라는 존재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병준 교수는 강연 말미에 "근대화는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한 근대화 집권세력이 이끌었다. 대한민국이 자랑할 또 하나의 변화 민주화는 누가 이끌었나. 오히려 야당이 이끌었다"며 "왜 집권해야만 세상을 바꾸나, 이기고 지고가 아니라 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어떻게 나라답게 만들지를 걱정해야 한다"고 집권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런 정치를 할 것 같으면 앞으로 정치하지 말라고 말씀드린다"며 "지금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4년 뒤에도 저럴 것 같으면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각오로 이번 20대 국회에 임하면 오히려 우리 국회가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립정부 이런게 벌써 나온다. 정체성을 확립하고 로드맵이 있고 입장이 있어야 연합하고 타협하지. 아무 것도 없이 장관 몇 자리 나누고 상임위를 나누는 것은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뭐할 것인지 고민부터 해야 한다"며 "국민적 여론이 높은 사람을 대선 후보로 영입할 생각만 하면 나라를 망쳤다는 얘기를 면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당선자 총회에 참석한 정진석 원내대표 등 당선인 및 의원들이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의 특강을 듣고 있다. 2016.05.09 박동욱 기자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당선자 총회에 참석한 정진석(오른쪽) 원내대표와 특강자로 나선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대화하고 있다. 2016.05.09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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