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너무나 ‘트럼프적(的)인’ 필리핀 차기 대통령에 부담 느껴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10 09: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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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아키노 현 대통령의 대미관계 기조가 이어지기 원해

두테르테가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가 변수

(서울=포커스뉴스) ‘필리핀의 트럼프'라는 별칭을 가진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시 시장(사진)이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미국은 자국의 대(對)동남아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필리핀을 상대하는 데 있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두테르테는 “범죄자를 모두 쏘아죽이겠다”는 섬뜩한 공약에서부터집단 강간과 외국 선교사 살해를 농담으로 입에 올리는 등 매우 ‘트럼프적(的)’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미국의 옛 식민지 필리핀 간의 소원했던 관계는 근년 들어 중국의 영토 공세에 밀린 필리핀이 미국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정상을 되찾았다. 하지만 두테르테가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필리핀·미국 관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입이 험하기로 유명한 두테르테는 지난달, 지지자 모임에서 1989년 다바오 교도소 폭동 당시 재소자들에게 집단 성폭행 당한 후 살해된 호주 여선교사를 두고 “그녀는 정말 예뻤는데, 내가 먼저 했어야…”라며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조롱을 늘어놔 비난을 받았다. 호주 대사와 미국 대사가 그의 막말에 엄중 항의하자 “그렇다면 외교 관계를 끊어버리겠다”고 막나갔다.

지난 6일 재선이 금지된 현직 대통령 베니그노 아키노는 두테르테에게 밀리는 후보들에게 단결해서 두테르테를 물리치라고 촉구했다. 아키노는 두테르테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본다. 검사 출신의 두테르테는 법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 때문에 “두테르테 하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하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 ‘더티 하리’에서 하리 형사 역을 맡아 법을 뛰어넘어 악당을 응징한데서 따온 것이다. 두테르테는 그가 22년간 시장으로 재임한 다바오시 남부를 청소하기 위해 암살단들이 사법 관할 외의 살해를 저질렀다는 혐의에 직면해 있다.

필리핀 대선 개표 이전에 나온 미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됐든 미국은 그와 굳건한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식의 모범답안이었다.

그렇더라도 미국 외교 당국자들은 내심 아키노 대통령의 외교 기조를 계승할 수 있는 인물을 차기 대통령으로 원했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키노가 지켜보는 가운데 필리핀은 최근 자국 내 여러 곳을 미군 기지로 개방했다. 이는 민족주의 정서가 범람한 가운데 미군 기지들을 폐쇄한지 25년 만에 필리핀이 미국에 대한 자세를 바꾼 것으로, 이에는 물론 중국의 갈수록 공격적인 영유권 주장이 그 바탕이 됐다. 미군 기지를 둔 필리핀의 자세 전환으로 중국 견제를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진출 확대를 추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힘을 받게 됐다.

아키노는 남중국해의 자원 공동 활용을 놓고 중국과 부정한 거래를 했다고 비난받은 전임자보다 대중(對中)관계에 신중히 임해 왔다. 아키노는 2010년 취임 후 중국에 손을 내밀었지만 2012년 중국 선박들이 필리핀 연안의 모래톱을 점령한 뒤 두 나라 관계가 험악해졌다. 필리핀은 이 사건을 국제법정에 제소해 놓은 상태다. 판결은 수주 안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키노의 이런 접근법은 오바마 정부의 지지를 받아 왔다.

하지만 남중국해에 관한 두테르테의 입장은 개성적이다 못해 대단히 돌출적이다. 그는 만약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섬들과 관련한 중국과의 협상이 실패하면 자기가 직접 제트스키를 타고 문제의 섬들로 가서 그곳에 필리핀 국기를 꽂겠다고 말해 왔다. 그는 심지어 만약 중국이 그를 사살해 국가적 영웅으로 만들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후보 시절 텔레비전 토론에서 말했다. 두테르테는 한 마디로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인물이어서 미국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Photo by Jes Aznar/Getty Images)2016.05.10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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