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곤돌라 사공들, “수상택시 속도 줄여라” 항의 시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10 13:51:58
  • -
  • +
  • 인쇄
쌩쌩 달리는 택시들이 일으키는 파도 때문에 곤돌라 안전 위협받아

이달 미국 관광객이 수상택시에 수상스키 연결해 달리자 분노 폭발

(서울=포커스뉴스) 베네치아의 곤돌라 사공들이 좁은 수로에서 제한속도를 무시하고 쌩쌩 달리는 모터보트 택시들이 일으키는 너울 때문에 분노해 지난 7일 수상 시위를 벌였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곤돌라 사공 20명은 이날 항의 표시로 산마르코 광장과 산조르지오 마조레 교회가 있는 섬 사이의 좁은 수로를 곤돌라를 죽 펼쳐 봉쇄했다.

베네치아 곤돌라사공협회의 알도 레아토 회장은 시위를 마친 뒤 “우리는 모든 모터보트들에 속도를 낮추고 한번쯤 그들의 두뇌를 사용하라고 강요한 것”이라고 더타임스에 말했다.

베네치아 시의 곤돌라 사공 433명은 시속 7㎞인 제한속도를 어기고 빠르게 배를 몰아 최고 1미터의 파도를 일으켜 곤돌라 안전을 위협하는 수상택시 운전사들에게 분노하고 있다.

심지어 물결이 잔잔할 때조차 곤돌라에서 하선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이달 한국인 관광객 5명은 한꺼번에 선착장으로 뛰어오르려다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물에 빠졌다.

베네치아의 수상택시 운전사 300명의 행태에 대한 분노는 지난달 한 택시 운전사가 수상스키를 타는 미국인 관광객을 견인해 지우데카 운하를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극도에 달했다.

면허 정지 위기에 처한 그 운전사는 베네치아 시장에게 사과했다. 한 경찰관은 “그는 자기가 정말 어리석은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더타임스에 말했다.

곤돌라 사공이 베네치아 운하들에 처음 등장한 것은 1000년 전이다. 이들이 모는 곤돌라는 1562년 이래 규정에 따라 검게 칠해졌다. 왜냐하면 울긋불긋한 귀족들의 자가용 곤돌라 색깔과 구별하기 위해 당시 총독이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에 모터보트가 들어오자 곤돌라 제작자들은, 매시간 보트 1600척이 통과하는 대운하의 요동치는 물살에 맞서 곤돌라를 강화하기 위하여 전통적인 참나무 들보들을 따라 합판을 덧대야만 했다.

충돌사고도 증가했다. 2013년 후진하던 수상 버스에 부딪혀 곤돌라가 부서지는 바람에 아내, 세 자녀와 함께 그 곤돌라에 타고 있던 독일인 법학교수 요하힘 보겔(50)이 숨졌다.

당시 잘못은 분명 수상버스 운전사에게 있었지만, 곤돌라 사공은 코카인과 마리화나 사용 검사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마약 및 음주 단속이 정례화했다.

곤돌라 사공들은 또한 허가 받은 운하에서 영업하는지 알 수 있도록 GPS 수신기를 항상 휴대하라는 지시를 시 당국에서 받았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번호판과 반사표시의 도입이었다. 이로써 곤돌라는 몸체가 온통 검정색이어야 한다는 전통이 깨졌다.

더 엄격해진 규제를 수락한 뒤 곤돌라 사공들은 쌩쌩 달리는 수상택시들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기를 바란다. 레아토는 “속도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지만 지금 우리는 사람들이 그것을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베네치아 경찰은 올해 1분기에 속도위반 딱지를 113건 뗐다고 말한다. 하지만 레아토는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은 때로 보트의 속도 측정을 위해 레이저를 사용하는데 우리는 산마르코 광장에 영구적인 레이저 센서를 설치하기를 바란다”며 “현재 모든 사람이 속도를 내며 베네치아는 난장판이지만 경찰이 일단 출현하면 사람들이 갑자기 고분고분해진다”고 말했다.베네치아의 곤돌라 사공이 관광객을 태운 채 리알토 다리 근처의 대운하에서 노를 젓고 있다.(Photo by Marco Secchi/Getty Images)2016.05.10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베네치아 수상택시가 산조르지오 마지오레 교회 앞 운하에서 쌩생 달리고 있다.(Photo by Dan Kitwood/Getty Images)2016.05.10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