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 당선자는 국내외적으로 위험인물”…서방 전문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11 14: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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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흥미 위주로 두테르테를 트럼프와 비교하면 안 돼

막말을 빼면 공통점 없어…두테르테는 예측 불가능한 정치인 

(서울=포커스뉴스)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와의 거짓된 비교 없이도 엄청나게 충분히 위험한 인물일 수 있다고 필리핀 정치를 관찰해 온 서방 전문가가 경고했다.

동남아시아의 정치폭력과 회교 성전(聖戰)을 전공하는 영국 포츠머스대학 톰 스미스 교수는 10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고문 ‘트럼프와 두테르테를 비교하지 말라-그 필리핀 지도자가 훨씬 더 나쁘다’에서 세계 언론이 기사의 가독성을 높일 목적으로 두테르테를 트럼프와 곧잘 비교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막말을 빼고는 공통점이 없다면서 서방은 두테르테에 관해 걱정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스미스에 따르면 선거자금과 조직이 없었던 두테르테는 후보 등록 마지막 날에 간신히 등록했다. 그러다 보니 그의 당선을 많은 사람이 놀라워했다. 그는 폭력이 난무하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출신의 최초 대통령이다. 이 섬은 이슬람 무장 세력과 공산반군인 ‘신인민군’의 활동무대다. 이곳 출신의 두테르테는 스스로를 “좌파 출신 첫 대통령‘으로 소개한다.

두테르테의 국내외 정책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세부내용을 알지 못한데다 검증까지 거치지 않았으므로 두테르테의 존재는 사람들이 걱정할 이유가 된다. 입이 험하고 대중영합적이라는 점에서 두테르테는 분명 트럼프와 닮았지만 그의 환경과 필리핀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은 특히 두드러진다. 트럼프는 TV 명사인 반면 두테르테는 소박하고 덜 세련됐으며 더 믿을 수 있는 ‘대중의 남자’라는 외적 인격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두 사람 모두 맹세를 많이 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경향이 있지만 두 사람의 유사점은 딱 거기까지라고 스미스는 말한다.

필자에 따르면 기존체제에 반대하는 간판스타로서 두테르테의 출마가 가능했던 것은 언론의 감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민다나오섬 최대 도시 다바오의 시장을 22년간 지냈고 하원의원으로 일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랬다. 트럼프는 정치 문외한인 반면 두데르테는 전혀 사실이 아닌데도 그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꾼다. 그는 훈련받은 변호사이며 그와 그의 가족은 막강한 정치적 가문으로 커가고 있다.

세계에서 경제 성장 속도가 4번째로 빠름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경제는 그 정치와 마찬가지로 소수 엘리트 가문이 지배한다. 현저한 불평등과 만연한 빈곤은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두테르테가 ‘마닐라의 교양 있고 진보적인 미국 아첨꾼’으로 그럭저럭 행세해 것에 대한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 두테르테는 거창한 정강을 내걸어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가 어떻게 “6개월 안에 범죄와 부패를 척결할지”와 관련해서는 종종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왔다.

필리핀의 논평가, 기자, 뉴스 앵커는 그에게 도전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보였다고 스미스는 관찰한다. 그들은 대신 “여자 4명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에 초점을 맞췄다.

두테르테는 강력한 지도력을 인정받아 대통령 후보가 됐다. 하지만 필리핀 국민들 사이에는 아직도 페르디난도 마르코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부패로 얼룩졌던 그의 통치기간(1965~1986) 가운데에는 10년에 걸친 계엄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법치에 관한 한 두테르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법을 무시하는 등 비슷하게 자의적인 철권을 휘두르지 않을까 명백히 우려한다. 트럼프가 미국에 계엄을 선포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우려는 국제 수준에서 드러난다. 여자와 강간에 대한 두테르테의 발언을 감안하면 2차대전 범죄에 대한 보상을 모색하는 필리핀 여성들이 새 대통령에게서 동지를 발견할 가능성은 없다.

워싱턴에서도 우려가 일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전략의일환으로서 요구되는 새 미군기지의 개발은 필리핀의 지원에 의존한다. 두테르테는 대미 관계에 있어 필리핀에 더 나은 거래를 위해 싸울 자격이 있다. 하지만 그는 남중국해의 분쟁 섬들을 둔 중국과의 거래가 “미국의 태평양 완충지역”으로 사용되는 것보다 더 이로울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이 예측 불가능한 새 지도자, 그리고 그가 부상(浮上)한 시점은 트럼프가 그럴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세계를 걱정시킬 것이 분명하다며 두테르테를 트럼프와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마닐라 라살레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던 필자는 강조한다.(Photo by Jes Aznar/Getty Images)2016.05.1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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