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곡성' 곽도원, 관객은 왕입니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13 10:5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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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곽도원, 나홍진 감독의 새 영화 '곡성'에서 첫 주연으로 나서

"다양한 감정 연기, 최대부터 최저까지 단계별로 나눠 여러 번 연기"

"꿈도 못 꿔본 '칸 영화제'행, 지금부터 사는 건 다 보너스 같아"
△ [K-포토] 환하게 웃는 곽도원

(서울=포커스뉴스) 곽도원은 특유의 큰 목소리를 감추지 않는 배우다.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서서도 마이크없이 크게 "안녕하십니까" 인사했던 모습은 아직도 강렬히 남아 있다. 가까이에서 본 곽도원은 멀리서 지켜본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곽도원은 영화 '곡성'에서 마을경찰 종구 역을 맡았다. 작은 마을에서 외지인(구니무라 준 분)이 나타난 뒤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따라가는 인물이다. 야생버섯 중독이라는 경찰 조사와 달리 마을에서는 외지인과 관련된 소문들이 퍼진다. 그 와중에 종구의 딸 효진(김환희 분)이 피해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자 사건을 해결하려는 종구의 마음도 급해진다.

곽도원은 "몸이 힘들어 정신이 맑았던 현장"이라고 당시를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곽도원은 상영시간 156분 중 150분 가량이나 등장한다. 뛰고 구르는 액션부터 딸을 붙잡고 소리지르는 감정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열심히 일하다가 하루 정도 쉬는 시간이 생기면 정말 달콤하잖아요. 그런데 전 무명생활이 길었어요. 언제 끝날지 모르던 시간이었죠. 그때에 비하면 촬영은 언젠가 끝이 있을 거란 걸 알고 있었고 최선을 다하면 될 거라는 점도 알고 있었고요. 육체는 힘들었지만 그런 의미에서 정신은 맑았어요."



나홍진 감독은 곽도원에게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을 여러 번 만들어준 사람이었다. 곽도원은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더 열심히 인 건 나홍진 감독"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가진 한계가 있는데 나 감독은 이를 뛰어넘게 해주는 사람이에요. 더는 못 오를 것 같은데 한계를 계속 넘어가며 성취감이 드는 거예요."

3일 정도 촬영이 예정된 장면이 5~6일 시간이 걸렸다. 완성된 영화에서 3분 정도 나오는 장을 10여 일에 걸려 찍은 적도 있다. 사실 현장에서의 하루는 모두 예산과 연결돼 있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은 시간 때문에 장면을 포기하지 않았다. 곽도원은 짜릿했던 하루를 회상했다.

"제가 NG를 정말 많이 냈어요. 천우희와 마지막에 만나는 마지막 장면은 거의 일주일은 촬영한 것 같아요. 촬영이 한 4일 정도 됐을 때 목소리도 안 나오는 지경이었어요. 촬영하러 골목을 지나가는데 스태프 중 한 놈이 '힘내세요, 형님'하면서 박수를 치더라고요. 그러니까 한 60명 정도 되는 스태프들이 갑자기 다 박수를 쳐주더라고요. 아, 짜릿하더라고."



촬영은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극 중 종구의 감정은 쌓여가야 했다. 종구의 감정 폭이 뒤죽박죽되면 관객의 몰입은 깨지고 만다. 곽도원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같은 영화는 상상할 수 없는 현장"이라며 웃었다. 이어 "시나리오에는 있지만 뒤죽박죽 찍다 보니 어느 정도까지 연기해야 할지 솔직히 감이 안 잡히는 거예요"라고 당시 고민을 털어놓았다.

"감정의 최대치와 최저치까지를 한 다섯가지 단계로 나눠서 여러 번 연기했어요. 피를 최대치로 칠하고 울고, 조금 지우고 감정을 추스른 다음에 울고,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 나중에 나 감독이 편집할 때 고를 수 있잖아요. 그런 장면이 두 세 장면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촬영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영화 '곡성'은 곽도원의 첫 주연작이다. 그리고 처음 '칸 영화제'에 그를 불러준 작품이기도 하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결과는 달콤하다. 곽도원은 "저는 꿈을 다 이뤘어요. 20대에 꿨던 꿈이요. 심지어 그 꿈에는 칸 영화제 같은 건 들어가 있지도 않았어요. '깐느박' '칸의 여왕'이라는 말을 하는데 사실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연기로 밥벌이만 했으면 좋겠다'가 제 꿈이었죠. 사실 지금부터 사는 건 다 보너스 같아요."

"천우희와 김환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저렇게 연기하지?'라고요. '갈수록 배우에게 일상이 중요하구나, 맑아야 하는구나'하는 생각도 들고요. 여전히 배울 게 많습니다. 관객이 한 번은 용서해줄지 몰라도 '돈 내고 너 안 본다'하면 끝나는 거죠. 찰나의 선택이고, 찰나의 결정이잖아요. 배우가 똑같이 연기하면 저 같아도 안 볼 거 같아요."

그렇기에 곽도원에게 관객은 왕이다. "관객에게 보여주려고 작품을 만드는 거죠. 촬영현장에서 그 많은 사람이 관객의 눈을 생각하며 그 고생을 하는 거고요. 사실 음식대접만 하려고 해도 '뭐 좋아하냐'고 물어보기라도 하잖아요. 그 사람 입맛에 맞게. 하물며 천만 명 입맛에 맞추려 해봐요. 내 솜씨만 가지고는 안돼요. 좋은 배우와 스태프가 다함께 모여서 으샤으샤해야 가능할까 말까죠. 손익분기점만 넘어도 무릎 꿇고 절해야죠. 정말 감사할 일입니다."배우 곽도원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배우 곽도원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배우 곽도원은 영화 '곡성'에서 마을경찰 종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곡성' 스틸컷.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배우 곽도원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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