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쿠데타에 양아치 논란까지…친·비박 계파갈등 재발(종합)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17 19: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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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보이콧에 전국위 무산…정두언 "동네 양아치들도 이런 식으로 안할 것"

친박, 비박 중심 비대위·혁신위 인선에 반발…"정진석 쿠데타"

김용태, 혁신위원장 사퇴 "그들에게 무릎 꿇을 수 없어"
△ 두드리지 못한 전국위 의사봉

(서울=포커스뉴스) 새누리당 내 친박(親朴) 비박(非朴) 간 계파갈등이 재점화됐다. 계파 갈등으로 인한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원회의 인선(人選)을 두고, 친박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16일과 17일 진행된 계파간 신경전에는 '쿠데타' '양아치' 등 험한 말이 난무했다. 지난 3일 원내대표 선출 당시 모두가 외쳤던 '계파 청산'이 그야말로 무색하게 됐다.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지난 12일 기자들과의 티타임에서 "계파가 이제 무의미하게 될 것이다. 두고 보라"고 공언했지만 일주일이 채 안돼 계파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친박 보이콧에 전국위 무산…정두언 "동네 양아치들도 이런 식으로 안할 것"

새누리당은 17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연달아 열고,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인선과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 체제를 출범시키려고 했다.

그렇지만 이날 열린 상임전국위에는 총원 56명 중 22명의 상임전국위원만 참석해 성원(成員)이 되지 않아 회의가 무산됐다. 전국위 역시 약 850여명의 위원 중 340여명만 참석, 과반에 80여명이 미달했다.

이날 회의의 성원이 되지 않은 것은 친박계가 불참한 탓이 크다. 대다수의 친박계 위원들은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비대위·혁신위 인선에 반발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또 위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회의에 불참할 것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문표 사무총장 권한대행은 이날 "헌정 사상 초유의 참담한 심정"이라며 "성원이 되지 않아 회의를 이루지 못한 이 참담한 현실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죄드린다"며 회의가 무산됐음을 알렸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몰려드는 취재진을 향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회의가 무산되자 비박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두언 의원은 무산 직후 회의장을 나와 기자들에게 "동네 양아치들도 이런 식으로 안할 것"이라며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정 의원은 "정당 역사상 이렇게 명분없이 말도 안되는 행태를 부리는 것은 처음이다. 기억이 없다"며 "새누리당은 자유민주주의냐 아니냐를 따지는게 아니라 특정인에 대한 충성심이 정체성"이라고 친박계를 비판했다.

김성태 의원도 "전국위 자체를 조직적으로 보이콧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국민들로부터 준엄한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훈 당선인은 "정말 당이 겉잡을 수 없는 내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당선인은 성원이 안된 이유에 대해 "계파갈등 아니냐"며 "우리가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친박, 비박 중심 비대위·혁신위 인선에 반발…"정진석 쿠데타"

친박계가 문제를 제기한 것은 비대위와 혁신위의 인선이 비박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데 있다.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됐던 김용태 의원은 '강성' 비박계로 분류된다. 서울 양천을에서 3선 고지에 오른 김 의원은 그간 친박계를 거침없이 비판해왔다.

특히 공천과정에서는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에 대해 많은 비판을 쏟아냈다. 당시 김 의원은 "잘못된 공천결과를 뒤집지 않으면, 새누리당의 출중한 후보들이 시민의 심판도 받지 못한 채 고배를 마실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홍문표 사무총장 권한대행과 이혜훈 당선인 등 비박계 인사가 비대위에 다수 포함된 것도 문제였다.

박대출·김태흠·이장우 의원 등 친박계 초·재선 당선인 20인은 16일 성명서를 내고 "비상대책위원 및 혁신위원장 인선은 원점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선에 대해 "계파를 초월하라는 시대정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우물안 개구리식 인선으로는 우물안 개구리식 혁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용태 의원과 비대위원으로 들어간 이혜훈·홍문표 의원 등 비박계 색채가 강하거나 총선에 책임이 있는 인물은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친박계 강경파들은 인선에 대해 '정진석 쿠데타'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훈 당선인은 이같은 반발에 "13명의 원내대표단 인사가 친박 일색이라고 호되게 비판할 때 아무 말씀도 안하셨던 분들"이라며 "정말 국민들 앞에 얼굴을 못들겠다"고 꼬집었다.


◆김용태, 혁신위원장 사퇴 "그들에게 무릎 꿇을 수 없어"

김용태 의원은 이날 회의가 무산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장 선임 이틀 만에 전격 사퇴했다.

김용태 의원은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지언정 그들에게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며 "저는 혁신위원장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민주주의는 죽었다"며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은 김성태·김학용 의원 등의 만류에도 사퇴 기자회견을 강행하며 "이제 국민과 당원께 은혜를 갚고 죄를 씻기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비박계 당선인들은 곧장 대책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당선자총회를 통해 전국위가 무산된 이유 등에 대해 소상히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진석 원내대표가 전국위가 무산된 사항에 대해 긴급 당선자총회를 개최해 이 사항에 대해서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소상하게 내용을 밝히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금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의 지도체제 인준이 이뤄지지 못한 여러 가지 암담한 상황에서 향후 당의 진로를 결정할 당선자총회를 개최하는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임전국위가 무산된 데에 대해서 소상하게 당원들이 알 필요가 있다"며 "또 새누리당이 작금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그런 측면에서 중지를 모아야겠다"고 말했다.

황영철 의원은 "지금 원내대표가 이러한 상황이 일어난 것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무엇이 문제점인지 향후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우리 당선인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거기서 의원들간 논의를 통해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당선인도 "정진석 대표가 경위에 대해서 뭐 좀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김용태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에 대해서는 "그건 뭐 그렇게 밖에 못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포커스뉴스>와의 통화에서 "계파 갈등이 굉장히 불거지는데,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레임덕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거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대선 후보가 없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사실 새누리당은 모든 것이 마비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그렇지만 정진석 원내대표의 경우 그렇게 끝까지 갈 성격은 아니라고 본다"며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수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원장 외부 영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볼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대위 구성안 및 당헌 당규개정안 등 현안 처리를 위해 예정된 4차 새누리당 전국위원회에 의사봉이 놓여 있다. 이날 전국위원회의는 앞서 예정된 상임전국위원회를 개최해 당헌개정안 등을 심의할 예정이었지만,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불참해 참석자 미달로 회의가 열리지 못 했다. 2016.05.17 박동욱 기자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대위 구성안 및 당헌 당규개정안 등 현안 처리를 위해 예정된 4차 새누리당 전국위원회가 무산된 후 상임고문단 등 참석자들이 퇴장해 빈 자리만 보이고 있다. 이날 전국위원회의는 앞서 예정된 상임전국위원회를 개최해 당헌개정안 등을 심의할 예정이었지만, 친박계 의원들이 대거 불참해 참석자 미달로 회의가 열리지 못 했다. 2016.05.17 박동욱 기자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및 당선인들이 당 혁신위와 비대위원 재검토를 요구하는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우현, 박대출, 함진규, 박덕흠, 김태흠 의원. 2016.05.16 박동욱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김용태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이 혁신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6.05.17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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