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면, 관객의 대답이 시작되는 작품
(서울=포커스뉴스) "요새 짝퉁(가짜 물품) 아닌 게 어딨어."
극 중 명우(차래형 분)가 말한다. 거짓말로 먹고사는 역할 대행업 회사를 운영하는 이에게 이보다 좋은 변명은 없을 거다. 현실에서 거짓말은 참 유용하다. 사실 투명한 진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양치기들'은 관객이 가진 생각의 틈을 파고든다.
'양치기들'은 전직 연극배우였던 완주(박종환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완주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었던 연극마저도 사적인 배경의 영향을 받는 부조리함에 지쳐 때려치우고 나왔다. 그리고 돈을 받고 의뢰인이 원하는 역할이 되어준다. 남자친구, 친구 등 참 다양한 거짓이 세상엔 필요하다.
그러던 중 그는 한 인물에게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어줄 것을 요청받는다. 처음엔 거절했다. 하지만 완주도 돈이 급하다. 그래서 의뢰인의 말대로 했다. 그런데 이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울게 됐다. 완주는 자신의 잘못을 되돌리고 싶다. 그래서 사건 당일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양치기들' 속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인물이 등장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침묵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곁다리로는 "이런 거까지 말해도 되나?"라며 나오는 대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진실을 감춘다. 진실에 다가가려 할수록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거짓들이다.
'양치기들' 속 캐릭터들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거울로 비춘다. "예전에도 모르는 척했으니까"라는 인물의 고백에 당당하게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니라고 하지 못해 되돌릴 수 없게 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그래서, '양치기들'을 더 마음 졸이며 볼 수밖에 없다.
'양치기들'은 제목처럼 캐릭터 중심의 영화다. 이는 영상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양치기들'이라는 제목과 달리 촬영은 매우 솔직하게 관객과 만난다. 첫 장면부터 그렇다. 오디션을 보고 있는 완주는 "아니오. 보지 못했습니다"는 대사를 선보이고 있다. 화면의 중심에는 완주가 있다. 참 정직한 구도가 아닐 수 없다.
비슷한 이유로 사건이 발생하는 동네 골목길은 불안감을 준다. 완주가 길을 따라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모습을 카메라는 그대로 보여주거나, 함께 뒤쫓는다. 적절한 핸드헬드(받침대의 도움 없이 카메라를 사람이 직접 들고 촬영하는 기법)의 사용은 완주의 무표정에 성격을 더한다. 불안함, 궁금증, 다급함, 그리고 초조함까지 영상에 묻어난다. 화려한 카메라 기교보다는 배우의 감정에 중심을 두고자 했던 김진황 감독의 선택이다.
이를 이끌고 가는 것은 완주 역을 맡은 박종환이다. 박종환의 연기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표정의 변화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완주는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자신의 꿈을 접은 아픔이 있고, 역할대행업을 하면서 '될 대로 되라지' 하는 마음도 있다. 아픈 엄마의 병원비는 장남으로서 책임져야 할 일이다. 하지만 손에 쥔 돈은 항상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자신의 거짓말로 누명을 쓴 사람을 대할 때, 진실을 알아야 하는 불안함도 있다.
이런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을 박종환은 놀랍게도 거의 모두 무표정으로 그린다. 영화의 말미에 살짝 웃는 장면이나, 욱해서 소리를 지르는 정도가 전부다. 엄마가 아픈 것에 마음 아파 눈물을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무표정은 이상하게 오열하고 큰 소리로 웃는 것보다 마음에 담긴다. 완주에 관객이 가까이 갈 수 있는 것은 박종환 덕분이 크다.
김진황 감독은 "솔직함을 원하는 것 같지만, 너무 솔직하면 불편한 현실. 그런 것에 대한 괴리감에서 거짓말에 대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시작됐다. 그리고 '양치기들'을 통해 거짓을 말하는 자와 침묵하는 자들의 비겁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작의를 밝혔다.
'양치기들'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인물들이 가진 사연에 따라 '나라면?'이라고 대입하고 생각해보는 것도 작품을 즐기는 포인트가 될지 모른다. 작품을 통해 돌아보는 태도는 거짓, 진실, 그리고 방관 중 어느 쪽인가를 선택해야 할 때, 더 성장하게 하는 힘을 만들어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6월 2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상영시간 80분.박종환이 완주 역을 맡아 열연한 영화 '양치기들'이 오는 6월 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양치기들' 메인포스터.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양치기들' 스틸컷.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양치기들' 스틸컷.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양치기들' 스틸컷.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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