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맨부커상 수상 기분 이상해…계속 나아가고 싶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24 20: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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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수상 뒤 국내 베스트셀러 등극·세계 27개국 판권 계약
△ 미소짓는 한강 작가

(서울=포커스뉴스) "문학 관련 기자간담회에 이렇게 많은 기자가 모인 것은 처음이에요."

24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는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한국인 최초이자 사상 최연소로 세계 3대 문학상을 거머쥔 소설가 한강이 신작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어서다.

작가 한강은 지난 1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2016 맨부커상 시상식에서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자가 됐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강은 "이 간담회는 수상 전 예정된 행사다. 소박하고 조용한 행사가 되리라 짐작했지만 굉장히 압도적인 자리가 됐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맨부커상을 품에 안은 지 딱 1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는 "수상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면서도 "상을 받고 나서 여러분이 많이 기뻐해 주시고 고맙다고 해주는 분들도 있어서 그 마음을 헤아려보려 많이 생각했다"고 가장 먼저 감사함을 전했다.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 '채식주의자'는 지난 2007년 발표됐다. 소설이 완성한 것은 그보다 2년 전이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인지 작가는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도 담담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이렇게 멀리 영국에서 상을 준다는 것이 좋은 의미로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수상 당시 감정을 떠올렸다.

담담한 작가의 반응과 대조적으로 독자의 반향은 강렬하다. 맨부커상 수상 후 국내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소설 '채식주의자'는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출판사 창작과비평사는 "24일 현재 '채식주의자'는 35쇄 46만2000부, '소년이 온다'는 27쇄 17만4000부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상을 받아 해외 인기도 함께 치솟았다. 작가의 해외 판권을 담당하고 있는 케이앨매니지먼트 이구용 대표는 "채식주의자는 현재 27개국에서 번역 판권을 계약했다. 유럽 북동부 발트해의 라트비아와 인도 남부 지역 소수언어로 책을 내고 싶다는 제안도 받았다"고 했다. 작가의 신작 '흰'도 영국과 네덜란드에 번역 판권 판매가 완료됐고 중국과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작가 한강은 "나는 책이 많이 팔리던 사람이 아니다.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후보에 오르기 전까지 2만부 정도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정도면 굉장히 많이 나간 거라고 생각했다"고 수줍게 말을 더했다.


작가는 독자를 먼저 생각했다. 그는 채식주의자를 새로 접할 독자들에게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질문으로서 읽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소설이나 시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학을 대답이나 제안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그래서 뭐 어떻게 하자는 거지'하며 어렵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장면을 질문으로 생각하면 세상에 지루한 작품은 없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또 작가는 "'채식주의자'를 쓰며 던진 질문으로부터 많이 벗어났다"고 성장도 시사했다. 이어 "계속 나아가고 싶다. 오늘 이 자리가 끝나면 얼른 돌아가서 지금 쓰고 있는 작업을 하고싶다"고 작가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제가 드릴 말씀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글을 써가면서 책의 형태로 나온다. 최대한 빨리 제 방에 숨어서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 문학의 해외 진출에 대한 밝은 전망도 기대했다. 작가는 "좋은 번역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묵묵히 방에서 자신의 글을 쓰는 동료, 선·후배 작가들이 많다. 훌륭한 작품도 많다.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부탁을 남기고 자리를 마쳤다.(서울=포커스뉴스)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카페 꼼마에서 열린 신작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05.24 허란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카페 꼼마에서 열린 신작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05.24 허란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카페 꼼마에서 열린 신작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05.24 허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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