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대선 출마? 자격은 있지만…하지 말았으면!
반씨 일가vs일반 지지자…대권 도전 보는 시각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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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생가 앞 동상 |
(서울=포커스뉴스) 마을. 고향 마을은 사람들에게 돌아갈 안식처라는 느낌을 준다. 특히 유명인사나 정치인들에게 고향 마을은 특별한 의미다.
유명해진 정치인의 업적과 이름은 플래카드로 제작돼 고향 마을 입구에 내걸리고 마을 사람들은 정치인의 앞으로의 행보에 든든한 아군이 돼준다. 고향 마을 사람들은 모두 마을이 배출해낸 정치인의 영웅담과 어린시절 추억을 공유한다.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 마을이다. 상당1리는 반기문 총장과 같은 광주반씨 집성촌으로 반 총장은 이곳에서 다섯살까지 어린시절을 보냈다.
반기문 총장의 생가가 있는만큼 일가친척이 아닌 마을 주민들도 반 총장과 보이지 않는 깊은 인연으로 맺어져 있다.
지난 25일 제주포럼에서 반 총장이 "한국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사실상 대권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반 총장은 대한민국 정계의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대권 잠룡이었던 반 총장이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하기 위해 기지개를 켜는 이 때, 그의 고향 마을은 정치인 반기문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 줄 준비가 됐을까? 그들이 기억하는 반기문은 어떤 사람일까? 27일 반기문 총장의 고향마을을 찾아 반 총장의 대선 출마에 대한 말그대로의 '혈심(血心)'을 들어봤다.
◆ 학업에 뛰어나…친척들 비교대상 되기도
반기문 총장의 생가는 여느 시골 마을과 다르지 않았다. 관광지이기에 관리되고 가꿔진 시설들만 아니면 옛 시골마을 모습 그대로였다. 반 총장의 생가는 예스런 초가집이었지만 잘 관리돼 있었다. 반 총장의 생가마을은 마을 군데군데 폐가들이 보이고 안쪽에는 소를 키우는 축사가 있는 평범한 시골마을이었다.
다만 고즈넉한 마을 뒤로 짙푸른 산이 그림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기자가 찾은 반기문 생가마을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관광을 와서 마을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현재 이 곳에는 20여명의 광주 반씨 일족이 모여 살고 있다. 세월이 많이 흐르면서 반 총장과 촌수가 가까운 친척들 외에도 촌수가 먼 친척들도 상당수 살고 있었다.
상당1리에서 만난 반기문 총장의 친척들이 들려준 반 총장의 어렸을 적 모습은 우리가 알던 그대로였다.
상당1리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반 총장의 삼촌 반영환(76)씨는 "어렸을 때 반 총장은 공부를 열심히 잘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구쟁이같은 모습은 없고 공부만 하고 착한 것만 봤다"고 반 총장의 어릴적 모습을 회상했다.
반 총장과 6촌 관계인 반기용(72)씨도 반 총장에 대해 "항상 공부를 잘하고 부모님께 효도를 잘하는 1등 소년이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학교 다닐 때 (반 총장의)고등학교 시절, 대학시절 가끔 성묘하러 오면 가끔 뵜다. 공부를 워낙 잘해서 우리들은 (반 총장에 비해 공부를) 못한다고 많이 혼났다"며 어렸을 적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반 총장의 평소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했다. 반 총장과 13촌 관계인 안귀순(53·여)씨는 "(집성촌을 방문해도) 금일봉을 하나 안 내놓으신다"며 "회계장부 보면 올때마다 잔치하고 그래도 그런 게 전혀 없다. 어떤 분들은 약간 서운하다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길게 보면 정말 저러니까 털 게 없다 그러시지 않나"고 말했다.
◆ 대선 출마? 안 했으면!
그러나 반기문 총장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집성촌의 친척들은 반기문 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해 하나같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반 총장과 10촌 관계이자 마을에서 50년 넘게 살아온 김홍마(여·80)씨는 "나는 (반 총장의 대선 출마는) 반갑지 않다"며 "지금은 흠이 없는데 잘못하면 흠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의 대권 도전 시사로 시끄러운 정치권에 대해 "사람도 (이거해라 저거해라) 쑤시면 죽는다"며 "요즘은 별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고 쓴소리를 했다.
반 총장과 6촌 관계인 반기용(72)씨 역시 "저는 (반기문 총장의 대통령 출마가) 싫다. 안 나오셨으면 좋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대통령 하시는 분들은 맨날 욕만 먹는다"며 "지금 이대로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반 총장의 삼촌인 반영환(76)씨도 "우리 집안에서 그런 것을 안 해 봤으니 한 번 하면 좋다"면서도 "대통령 나오실까 모르겠지만 나와서도 국민들이 서로 협조해서 잘해야지 자꾸 (물어) 뜯으니까 그게 걱정이다"며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에 대해 염려했다.
이들은 '반 총장이 만약 대선에 출마한다면 어느 소속으로 가는 것이 좋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본인의 맘이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 총장의 마을 주민들의 민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당1리 경로당에서 만난 김명숙(72·여)씨는 "개인적으로는 세계 대통령을 했다가 한국에 와서 할 일이 뭐가 있느냐"며 "(정치권이) 올려놓고 밑에서 까대는 게 싫다. 올려놨으면 일을 하게끔 해줘야 하는데 자꾸 이렇게 하는 게 싫다"고 말했다.
상당1리에 사는 최영희(72·여)씨 역시 "우리야 좋고 너무 좋은 분이지만 그 분이 나와서 이미지가 망가질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반 총장의 사촌형과 어렸을때부터 친구 사이였다는 임태순(81)씨는 "충북에서 (대통령이)하도 못 나왔으니 하면 좋다"면서도 "우리 맘은 대통령을 안 하고 편안히 있어도 먹고 산다고 생각한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을에 거주하는 반 총장의 친척들과 주민들은 반 총장의 입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우려하고 있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인터뷰를 거절하는 친척들과 마을 주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반기문 총장에 대해) 할 말이 없다" "우리같은 고향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거다" "동네분들이 가능한 인터뷰를 자제하기로 했다"는 등의 말로 인터뷰를 거절했다.
반기문 총장을 향한 마을의 '혈심(血心)'은 오히려 대권에서 한발짝 떨어진 채 뜨거운 지지를 자제하고 있었다.
◆ '혈심(血心)'과 '민심(民心)'의 온도차
반기문 총장과 정서적으로 끈끈하게 이어진 친척들과 마을 주민들의 혈심은 보통의 민심과 얼마나 다를까.
이날 반 총장의 생가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 역시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에 대해 각각 다른 의견을 보였다. 또 반기문 개인이 받을 상처를 우려해 대선 출마를 반대하던 혈심(血心)과는 달리 보통의 민심에서는 반기문 개인보다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정치를 걱정하는 마음이 더 강하게 엿보였다.
특히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우려하는 관광객들은 친척 및 마을 주민들의 우려와는 다른 온도차를 보였다.
충북 제천에서 사회복지학과에 재학중인 백영희(60·여)씨는 반 총장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면서도 "(반 총장의 대통령 출마설은) 너무 성급하다. 그 분의 다른 정치관이 뚜렷하게 있으면 국민들이 수긍하겠지만 무조건 정치에 나가겠다 이런 건 별로 안 좋은 것 같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정치권에) 들어와서 자기 인생관을 뚜렷하게 국민들이 다 알면 수긍하겠는데 현재는 모르지 않느냐"며 "반 총장이 유엔 총장이라는 것밖에는 국민들이 뚜렷하게 그 분 내력을 모른다"고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전에서 안전관리직에 종사하는 김찬배(61)씨 역시 반 총장에 대해 "아주 훌륭하신 분이고 세계적인 대통령으로서 아주 어렵고 힘들고 소외받은 사람들 가운데서 열심히 봉사하는 분"이라면서도 "정치적 경험이 없고 정치라는 건 항상 여러가지 복잡다단한 부분에 있는 일들이 많기에 잘 적응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에서 왔다는 현명진(79)씨는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에 대해 "대환영"이라며 "유엔 사무총장을 했으니 그 분이 대통령을 하는 게 정상이고, 우리나라에 그런 인물이 또 있느냐. 참 훌륭하신 분인데 우리나라 대통령 되면 앞으로 좋은 일을 많이 하실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씨는 "(만약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한다면)새누리당으로 가실거라 짐작한다"며 "다른 당을 가면 그만한 환영을 못 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반 총장을 평소에도 존경해왔다고 답한 경남 고성읍의 주부 정둘선(75·여)씨는 "(반 총장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밑에 야당이나 모든 분들이 그 분의 인격이나 하는 정책에 일일이 반대하고 흠집낼까봐 몹시 두렵다"며 "대통령에 안 나오고 이대로 남아서 애국을 하시면 좋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반기문 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하면서 그의 행보와 입에 대한민국의 눈이 쏠려 있다. 이날 방문한 반 총장의 고향마을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반 총장의 모습을 반영하듯 그의 정치적 행보를 지지하는 아군이라기보다 정서적 지지자로서의 모습이 더욱 강했다.
앞으로 반 총장의 입지가 어떻게 달라질 지, 그의 행보가 어떻게 변화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음성=포커스뉴스) 27일 오후 충북 음성군 원남면 반기문 UN사무총장 생가 앞에 설치된 동상. 2016.05.27 허란 기자 (음성=포커스뉴스) 27일 오후 충북 음성군 원남면 반기문 UN사무총장 기념관에 방문객들이 남긴 메시지. 2016.05.27 허란 기자 (음성=포커스뉴스) 27일 오후 충북 음성군 원남면 반기문 UN사무총장 생가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05.27 허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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