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심장 안동 방문…'대권 출마 시사냐' 질문에 미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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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충효관 둘러보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
(서울=포커스뉴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시사한 직후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에 대형 파장이 일자 대선에 대한 일체의 발언도 하지 않은 채 행동으로 대선 출마에 대한 뜻을 우회적으로 알리는 등의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돌입했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약 1년 만에 방한, 첫 공식 일정으로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내년 대선에 나설 수도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반 총장은 "제가 (유엔 사무총장을) 한 9년 반 하면서 많이 느꼈고 한국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대권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또 "제가 돌아오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여러 가지 역할, 그런 데에 대해선 그때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으며 특히, '대통령을 하기에 나이가 많지 않냐'는 질문에 "체력, 나이 등은 별문제가 안 된다"며 일부의 우려를 일축시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외교관 출신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에둘러 표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의 발언은 사실상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 총장의 입장 표명에 정치권은 즉각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자 반 총장은 26일 "일일이 해명하는 것도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어서 곤혹스럽다. 내 (발언이) 본뜻보다 많이 앞서나갔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민국에 대형 파장을 남긴 반 총장은 일본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참석차 26일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고 다음날 귀국, 28일부터 2차 방한일정에 돌입했다.
28일부터 비공개 개인 일정을 재개한 반 총장. 그는 대선 출마에 대한 별다른 발언없이 정치행보를 묵묵히 보이고 있다.
반 총장은 이날 첫 행선지로 과거 충청권의 맹주였던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신당동 자택을 찾아 30분간 독대를 했다.
김 전 총리는 현역 정치인은 아니지만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통하기에 김 전 총리 자택은 충청권 주요 인사들의 필수 방문코스로 꼽힌다. 또 충청권 민심에 구애의 손길을 뻗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도 통한다.
반 총장은 김 전 총리를 예방한 이후 노신영·고건 전 국무총리 등 원로그룹과 비공개 만찬을 했다. 만찬에 참석한 인사들은 "정치 얘기는 없었다"고 했지만 반 총장이 향후 행보에 대한 조언을 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반 총장은 29일 공식 행보를 재개했다. 그는 이날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에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세계의 위협은 이제 더 이상 국경을 모르는 상황이고 유엔의 힘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며 유엔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제로타리 세계대회'가 국제행사인 탓에 반 총장은 국내 정치 발언을 자제했지만 그간 로타리클럽과 함께 해왔던 유엔의 주요 성과를 강조하면서 일각에서 제기한 '특별한 업적이 없는 우둔한 사무총장'이라는 비판을 우회적으로 반박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반 총장은 국제로타리 세계대회 행사에서 연설을 마친 후 헬기를 타고 경북 안동으로 이동,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을 찾았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이자 TK(대구·경북)의 심장으로 불리는 안동을 찾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충청권과 TK를 아우르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반 총장은 안동 하회마을 서애 류성룡 고택 충효당을 찾아 방명록에 '유서 깊은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 충효당을 찾아 우리 민족에 살신성인의 귀감이 되신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나가기를 빕니다'라고 썼다.
반 총장은 김관용 경북지사,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등과의 오찬을 마친 후 '왜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류성룡 선생의 투철한 공직자 정신을 새로 기리면서 우리 모두 다 함께 나라의 발전을 위해 함께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방문했다"고 답했다.
반 총장은 또 "류성룡 선생은 잘 아시다시피 조선 중기 재상을 하면서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어려운 난국을 헤쳐나가신 분"이라고 강조하면서 "오늘 류성룡 선생님의 숨결, 손길, 정신이 깃든 고택을 방문해 나라의 발전을 위해 함께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권출마를 시사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소만을 보인 채 답을 하지 않았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입을 다문 반 총장이지만 그가 만났던 주요 인사들과 방문지 등을 고려해볼 때 '행동으로 보인 메시지'라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반기문 UN 사무총장이 29일 오후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방문해 안동충효당을 둘러보고 있다. 2016.05.29 강진형 기자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29일 오후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방문해 김광림(왼쪽)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김관용(오른쪽) 경북도지사등과 양진당을 둘러본 뒤 이동 하고 있다. 2016.05.29 강진형 기자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29일 오후 경북 안동시 하회마을 방문해 안동충효당을 둘러보고 있다. 2016.05.29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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