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데코, 의외성을 덧붙이며 완성된 캐릭터"
"예전보다 밝아진 성격…40대가 되었을 때 모습,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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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포토] 영화 |
(서울=포커스뉴스) 김민희가 흑발의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렸다. 세 명의 인물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한 손으로 장갑을 낀 채 김민희의 머리를 누르는 조진웅, 한 손으로 김민희의 어깨를 움켜쥔 하정우, 그리고 핑크색 장갑을 낀 김민희의 손을 잡고 있는 김태리까지. '아가씨'의 포스터처럼 김민희는 영화 '아가씨'의 중심에 있다.
'아가씨'는 히데코(김민희 분)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백작(하정우 분)과 하녀 숙희(김태리 분), 그리고 히데코의 후견인 코우즈키(조진웅 분)의 관계에 대한 영화다. 김민희는 거짓으로 가려진 복잡한 관계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김민희는 늘 그렇듯, 복잡하게 출연을 결정하지 않았다. "사실은 너무 심플해요. 제의가 들어왔고, 하고 싶으면 하게 되는 거죠." 그의 대답이다.
"원래 작품을 선택할 때, 복잡하게 다가가지 않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재밌었어요. 나중에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하는 걸 상상해보니, 제가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하게 됐어요. 힘든 결정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건데, 제가 소화해야 하는 부분을 결심한 뒤에는 쉬웠어요."
'아가씨'는 기존의 영화 전개와 다른 흐름을 갖는다. 같은 사건을 희데코와 숙희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그 시선 속에 담기는 인물은 천사가 되기도 마녀가 되기도 한다. 히데코는 이야기 속에 폭이 가장 크다. 김민희는 이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야 했다. "히데코는 의외성이 덧붙여지며 완성된 인물이에요. 그 과정이 재밌었어요."
"모든 인간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할 때도, 여러 생각이 있을 거고요. 히데코의 의외성도 사람들이 가진 양면성에서 나오는 거로 생각하고 쉽게 접근했어요. 연기라는 것이 직감적인 거라 말로 정확하게 옮기긴 어려운 것 같아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저는 캐릭터에 틀을 만들지 않고 연기하는 것 같아요."
김민희가 출연에 고민을 했던 것은 정사 장면이었다. 첫 정사 장면을 소화하면서, 남자가 아닌 여자와 호흡을 맞춰야 했다. 이를 찍는 현장도 독특했다. 김민희와 김태리 둘 만 천막이 둘러쳐진 현장이었다. 촬영은 원격조정 카메라로 이뤄졌다. "영화 안에서 필요한 요소고, 제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최선을 다했습니다."
"(김)태리 양과는 같은 여자니까 서로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아서 아무래도 그런 부분은 편했어요. 중간 중간 (김)태리 양과 이어지는 대화의 호흡도 좋았던 것 같아요. 친밀감도 느껴지고, 분위기 전환도 되고요. 모든 것이 합쳐져서 관능적인 것 이상의 여러 가지를 말할 수 있는 장면이 된 것 같아요."
김민희는 김태리와 서로에게 거짓으로 만나, 진심을 쌓아간다. 김민희는 이를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를 언급했다. 하녀 숙희가 아가씨 히데코의 날카로운 이를 은으로 된 골무로 갈아주는 장면이다. "시나리오에 '하얀 이가 보인다'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가 안 보이는 거예요. 이를 보이게 찍으려면 입을 너무 '악'하고 벌려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런 분위기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를 포기하고 완성된 장면이에요.(웃음)"
남다른 노력도 있었다. 김민희는 일본인 히데코 역을 맡아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해야 했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일본인 기자는 그에게 '자막 없이도 일본어를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김민희의 욕심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잘하고 싶었어요. 대충 흉내 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는 다 외어서, 읽고 뜻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공부했어요.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 일본어가 술술 나오니 재밌어지더라고요. 촬영 중간에도 계속 흥얼거리며 자연스럽게 연습했어요. 낭송회 장면은 일본어라는 것보다 구연동화 하는 느낌으로 재밌게 임했어요.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를 넘나들잖아요."
김민희는 인터뷰 중 유독 '재밌었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리고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피어났다. 예전의 무표정한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다. 변화가 있었냐는 물음에 "저 되게 밝아졌어요"라며 다시 환한 미소를 짓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편해지는 것 같아요. 40대가 되었을 때의 저도 기대돼요. 나이를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유가 느껴지는 그다.
"어릴 때는 시간을 잘 보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제가 혼자서 하는 일을 안 하더라고요. 어느 순간 사람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 놀이같이 되어버렸어요. 그런데 그게 좀 싫더라고요. 그래서 글 쓰는 것도 다시 하고 있어요. 연기의 즐거움을 찾은 것처럼, 혼자 있는 시간도 잘 보내고 싶어요."(서울=포커스뉴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아가씨'의 배우 김민희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5.27 김유근 기자 김민희,김태리,하정우,조진웅은 영화 '아가씨'에서 히데코,숙희,백작,코우즈키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아가씨' 메인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숙희(김태리 분)가 히데코(김민희 분)의 발을 손질하고 있다. 사진은 '아가씨'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서울=포커스뉴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아가씨'의 배우 김민희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5.27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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