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야기를 꺼낸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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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포토] 영화 |
(서울=포커스뉴스) 박종환은 얼굴에 웃음기 대신 진지함으로 가득 채웠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의 눈은 빛났다. 연출을 전공했다가 배우로 길을 바꾼 박종환에게 영화는 그런 존재였다. "너무 좋은 것."
박종환은 자세히 보면 익숙한 배우다. '베테랑'(2015년)에서 양실장 역으로 등장해 배성우와 호흡을 맞췄고, '검사외전'(2016년)에서 변재욱(황정민 분)과의 취조과정 중 사망하는 천식환자 이진석으로 등장한다. 지난해 드라마 '더러버'와 '프로듀사'에서도 얼굴을 비쳤다. 이번에 대중에게 보여줄 모습은 영화 '양치기들'을 통해서다.
'양치기들'의 포스터에는 박종환의 얼굴만 여러 개가 배치돼 있다. 좋은 기분보다 "너무 제 얼굴만 여러 개 있어서 '보시는 분들이 좀 부담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그다. 그리고 "제가 좋은 것보다 주변에서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보는 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라고 덧붙인다.
'양치기들'에서 박종환이 맡은 완주는 연극배우였다. 그러다가 꿈을 접고 역할대행업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가짜 목격자 역할을 의뢰받고 잠시 고민하지만, 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자신의 거짓말에 누군가가 살인자로 몰리게 된 것을 지켜보고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완주의 상황도, 마음도 복잡하다. 하지만 박종환은 복잡한 감정을 무표정한 표정 속에 삭혔다. 독립영화라는 특성상 더 강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 법도 한데, 그의 선택은 달랐다. 고함, 눈물, 웃음 등은 굳게 다문 입술 속에 머물렀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정이랑 제가 완주를 보여줘야겠다고 결정한 후는 다르더라고요"라고 입을 열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관객의 입장이었다면, 완주 역을 맡고 나서는 전달자의 입장으로 사건으로 들어갔다. "완주의 상황을 존중하면서 연기한 것 같아요"라는 말이 그의 설명이다.
"김진황 감독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본인은 잘 안 운대요. 영화에서 우는 사람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마음이 잘 가지 않는 것 같대요. 서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완주는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마다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이 다 다르잖아요. 작은 일에도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면, 완주는 당장 뭔가 해결할 것이 많아서 표현할 틈도 없을 것 같았어요. 완주로서 표면적으로 울고 웃는 감정까지 안 차오를 것 같더라고요."
박종환은 캐릭터에 다가설 때, 사람의 온도를 생각한다. "사람이 가진 온도가 있잖아요. 온도가 낮은 사람이 있고, 높은 사람이 있죠. 어리숙한 역할을 할 때는 온도가 높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생각 없이 바로바로 표출하니까요. 고민이 많거나 냉소적인 역할이면, 온도를 낮게 바라봐요. 그래야 캐릭터가 일관성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박종환은 서울예술대학교 영화과 출신이다. 당연히 연기를 학업으로 시작했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는 연출을 전공했다. "영화를 너무 좋아했어요. 그런데 연출에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죠. 영화가 너무 좋아서 만드는 일을 하고 싶은데, 제가 기술이 없거든요. 그래서 배우가 된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다른 배우들처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한 답답함도 있었죠.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게 될까 봐요."
불안했다. '계속 연기를 해야 할까'하는 고민이 이어졌다. 지금의 박종환을 있게 한 것은 지난 2010년에 만난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소봉섭 감독의 작품 '독이 담긴 잔'이었다. 박종환은 '독이 담긴 잔'에서 왕의 약에 독이 있는지 없는지를 맛보는 시약관 이충렬 역을 맡았다. 그의 불안한 마음이 독이 있을지도 모르는 잔을 든 이충렬에게 담겼다.
"제가 연기를 너무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자책하며 힘들 게 있었거든요. 저 스스로 의심이 드는 거죠. 잘 못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게 주눅 들어있는데 감독님께서 '촬영을 시작한 이후, 널 캐스팅한 걸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촬영을 모두 마치고 '네가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고요. 그래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러면 '잘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박종환은 오디션보다, 감독의 믿음으로 캐스팅된 경험이 많다. '양치기들'에도 오디션 없이 그를 눈여겨본 김진황 감독의 제안으로 합류했다. '베테랑'에 합류한 것도 류승완 감독이 '잉투기' 때 눈여겨보고 캐스팅한 경우다.
그는 "감독은 꺼내고 싶지 않은 자신의 어떤 것을 작품으로 마주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감독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요. 배우로서 연기를 통해 힘들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 이들을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라고 비결을 밝힌다.
그런 그에게 좋은 배우의 의미는 남달랐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라기보다, 좋은 작품에 나오는 배우가 좋은 배우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살인의 추억'(2003년) 속 송강호 선배님이나, '오아시스'(2002년) 속 설경구 선배님처럼. 배우가 연기력으로 도움이 될 수 도 있지만, 잘 못하면 주제를 오해하게 만들 때도 있고, 작품의 정체성을 바꿀 수 도 있잖아요. 그래서 영화가 먼저인 것 같아요."(서울=포커스뉴스)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배우 박종환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01 김유근 기자 박종환은 '양치기들'에서 전직 연극배우 완주 역을 맡아 무표정 속에 복잡한 감정을 담았다. 사진은 '양치기들' 스틸컷.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서울=포커스뉴스)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배우 박종환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01 김유근 기자 완주(박종환 분)이 '양치기들'에서 목격자 역을 의뢰받고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 사진은 '양치기들' 스틸컷.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서울=포커스뉴스)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배우 박종환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01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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