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진황 감독 "'양치기들', 비겁하고 치사했던 제 지난날의 고백"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08 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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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김진황 감독, 첫 독립 장편영화 '양치기들' 연출

"하나의 화두를 던져보자는 생각에서 작업"
△ 김진황 감독의 포즈

(서울=포커스뉴스) 김진황 감독과 만남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이뤄졌다. 그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좁은 계단을 익숙한 듯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

그 옆에는 KAFA 출신 감독 영화 포스터와 기수별로 졸업 사진이 걸려있었다. '파수꾼', '소셜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등의 포스터를 지나 '양치기들' 포스터가 붙어있는 인터뷰룸 문을 열었다.

'양치기들'은 역할 대행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직 연극배우 완주(박종환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완주는 살인 사건의 목격자를 의뢰받고, 경찰서를 찾아가 진술한다. 그의 진술은 다른 이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이를 알게 된 완주는 사건 당시 있었던 인물들을 만나며 진실을 찾아간다.

동화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은 '양치기들'을 관통하는 소재다. 김진황 감독은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제가 당당하지 못하고, 솔직하지 못하고, 비겁해지는 순간이 많아지더라고요. 가족, 동료, 그리고 연인을 대하는 제 모습 속에서요. 그래서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거든요. 그 장르와 접목해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있었죠"라고 말한다.


'양치기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기 다른 유형의 거짓말을 한다. 완주는 돈을 받고 거짓말을 뱉고, 현장에 있었던 광석(송하준 분)과 영민(윤정일 분)은 침묵한다. 그리고 동철(류준열 분)은 "이걸 말해도 되나"라며 확신 없는 말을 하기도 한다. 영화는 거짓말을 한 사람, 보고도 못 본 척 침묵하는 사람, 추측성 말을 하는 사람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김진황 감독은 이들 모두가 자신에게서 나온 이야기라고 말한다.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제 개인적인 경험이나 고민을 투영하는 편이거든요. '양치기들'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은 제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이에요. 군대 에피소드도, 미진(김예은 분)을 대하는 완주의 태도도요. 마음먹고 깊이 있게 다가가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겁했구나, 치사했구나, 그랬던 순간이 많았구나'라고요."

침묵은 거짓말과 다른 흐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침묵은 가장 비겁한 태도이기도 하다. 김진황 감독은 "저도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하는 게 나쁜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침묵하는 태도가 비겁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내 일 아니니, 굳이 책임질 일 만들지 않는 거죠. 그런 생각에서 광석이라는 인물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질문을 던지지만, 듣고 싶은 대답은 명확하지 않다. 김진황 감독에게도 '양치기들'을 통해 던진 질문은 계속해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제 고민을 투영해 만든 작품이다 보니, 명확하게 가치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라고 말하는 그다.

"지금도 '양치기들' 속 인물들이 '어떻게 해야 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이다'는 확신은 없어요. '지나고 보니 이랬구나'라고 깨닫게 되면 말할 수 있겠지만, 제가 살아온 30여 년의 고민을 말하는 거잖아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고민은 계속될 것 같아요. 그러므로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얘기합니다."


답을 찾는 김진황 감독의 모습은 자연스레 완주에게 투영됐다. '양치기들' 속에서 완주의 무표정한 표정도, 마지막에 살짝 미소 짓는 모습도, 눈물을 잘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일지 모른다. 완주 역을 맡은 배우 박종환에게 특별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는 "'양치기들' 작업에서 가장 큰 파트너이자, 의지를 많이 했던 사람"이라고 박종환을 말한다.

"영화를 완성했을 때, 다른 사람보다 (박)종환이 형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크게 한 것 같아요. (박)종환이 형이 보시고 '좋다'라고 이야기 했을 때, 제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통해 만족감을 느낄 수있는 8·9부 능선을 넘었다고 느꼈어요. 그때가 보람찼던 것 같아요. 서로의 고생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이라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양치기들'은 김진황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그리고 한국영화아카데미의 학생으로 공부하는 과정 속에서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양치기들'의 각본, 연출, 그리고 편집하는 과정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죠"라고 말한다. 거울처럼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깨닫게 됐다.

'양치기들'의 시나리오는 약 7·8개월이 걸렸다. 촬영은 약 6주 정도 진행했다. 그 과정을 모두 마친 김진황 감독은 여전히 현장이 그립다. 현재 그는 차기작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제 작품을 자신감 있게 내보일 수 있는 상태가 되려면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고민하고, 고생한 것들을 관객들이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저에게 즐거운 일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은 남자가 주인공인 미스터리 추리물 장르입니다. 거짓 없이, 달라질 수 있는 것들은 빼고, 확실한 부분만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웃음)"(서울=포커스뉴스)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양치기들'의 김진황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02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양치기들'의 김진황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02 김유근 기자 영화 '양치기들' 스틸컷.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서울=포커스뉴스)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양치기들'의 김진황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02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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