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도 범죄다"…도 넘은 구애행동 막아줄 '스토킹처벌법'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10 17: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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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경범죄로만 처벌 가능…10만원 벌금형이 전부

스토킹은 여성 타깃 강력범죄로 가는 '전조 증상'
△ [그래픽] 사회_ 여성 범죄 공포 지하 묻지마 납치 지하도 지하철 여성폭행 치안 지하도로 역사

(서울=포커스뉴스) 대학생 이민지(25·가명)씨는 최근 전 남자친구의 집착을 견디다 못해 경찰을 찾았다. 이씨는 약 1년간 사귄 남자친구에게 몇 달 전 이별을 통보했지만 그는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이씨의 주변을 떠돌았다.

처음엔 미련 정도라고 생각했던 그의 행동은 점차 도를 넘어섰다. 이씨의 귀가시간을 파악하고 집에 가는 길을 지키고 있기도 하고, 이씨의 지인들에게 일방적으로 연락해 '우린 아직도 사귀는 사이'라고 말하고 다니기도 했다.

늦은 밤 전 남자친구로부터 걸려오는 수십통의 전화와 아침에 일어나고 보면 한가득 쌓여있는 SNS 메시지는 이씨를 점점 두렵게 만들었다. '제발 다시 만나자'고 애원하는 전 남자친구에게 이씨가 '그럴 수 없다'고 답하자 그는 크게 화를 내기도 했다.

이씨는 경찰이 불안을 해소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을 찾아가면 '잘 다독여줘라' 이런 조언 같지도 않은 말을 오히려 내게 한다"며 "경찰은 범죄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씨의 사례에서 보듯 '스토킹'은 범죄는커녕 연인 간 일어나는 심각한 애정공세 정도로 치부되기 일쑤다. 스토킹은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도 부족하다. 경범죄 처벌법 중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잠복하여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여 하는 사람"(경범죄 처벌법 제3조1항)이 처벌 대상으로 규정돼있긴 하지만 그 강도는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불과하다. 사회적 인식과 법률, 그 어디에서도 범죄로 인식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스토킹이 있는 셈이다.

그러나 스토킹은 언제든지 살인 같은 강력범죄로 비화할 수도 있는 '위험한 범죄'다. 지난 4월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남성 한모(31)씨가 한 여성을 칼로 찔러 무참히 살해했다. 한씨는 피해자 여성과 3주 전에 이별한 연인 관계였다. 피해자는 한씨의 '제발 마지막으로 한번만 만나달라'는 하소연에 그를 만나러 갔지만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송파병·재선)은 스토킹 범죄를 근절하고자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이하 스토킹처벌법)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 발의엔 김상희·김태년·박남춘·이찬열·이학영·조정식·진선미·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이정미·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참여했다.

남 의원이 대표 발의한 스토킹처벌법은 △경찰이 스토킹 범죄 신고를 받으면 즉시 현장에서 스토킹 중단 등의 응급조치를 하고 △고용주는 피고용자의 스토킹범죄 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을 줘선 안되며 △스토킹범죄 피해자에 대한 전담조사제 도입 및 전담재판부 지정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1999년부터 발의됐던 스토킹 관련 법안과의 차이점은 △스토킹 행위에 예외를 적용하지 않고 반드시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닌 일반 형사범죄로 취급하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로 하여금 응급조치 단계에서부터 피해자와 스토킹 행위자를 분리하고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게 한 점 등이 있다.

남 의원이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스토킹처벌법을 선정한 데엔 지난 4월 자신의 지역구인 송파구 가락동에서 스토킹 범죄가 일어났고 피해자 유족이 직접 의원실을 방문해 하소연하기까지 했던 배경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 의원은 10일 <포커스뉴스>와의 통화에서 "19대 때도 이 법안을 냈었는데 처리가 안 됐다. 법안이 처리되는 과정은 사회적으로 모순이 얼마나 축적되느냐에 따라 사회적 관심도 또한 높아지게 되는 건데 스토킹 문제는 계속 제기가 됐고 여러 사건들이 많았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선 공감대가 형성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강남역 살인사건 등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범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이 됐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선 통과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법적인 부분에서 (처벌강도가) 과하지 않느냐는 논란이 일 수도 있는데 그건 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2016.05.31 이희정 기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2016.04.14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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