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케미칼 등 사업도 차질
일각선 '과도한 수사'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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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에 잠긴 롯데월드타워 |
(서울=포커스뉴스) "롯데면세점은 앞으로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해 서비스업의 삼성전자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12일 인천 중구 운서동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상생 2020' 선언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글로벌 롯데'를 표방하며 자신 있게 밝힌 포부다.
그러나 지난 10일부터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압수수색의 여파로 신 회장의 꿈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특히 검찰은 이례적으로 광범위하게 압수수색을 펼치며, 여러 계열사에 대해 다각도로 수사를 벌이는 이른바 '백화점식 수사'를 진행 중이어서 검찰의 사정 칼날이 정확히 어디로 향할지 좀처럼 감을 잡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이에 기존에 진행하기로 한 사업들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며 롯데 내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롯데는 최근까지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를 추진 중이었으나 이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만약 이번 인수가 성사됐다면 롯데면세점은 세계1위로 발돋움 할 수도 있었다.
다른 계열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던 롯데케미칼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면서 미국 화학기업 액시올 사 인수를 철회했다. 애초 롯데케미칼은 액시올 인수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인수 철회 이유로 최근 롯데가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 등을 들었다. 이 소식을 들은 신 회장은 매우 아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제과는 일본 롯데와의 합작 브랜드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신 회장은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를 통해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롯데' 브랜드를 만들고, 2020년까지 글로벌 5위 제과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지휘해야 할 김용수 롯데제과 사장이 검찰 수사로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면서 지난 11일 예정됐던 러시아 출장길에 오르지 못하는 등 당분간 사업 계획 진행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롯데가 진행하던 인수·합병이 모두 백지화 단계에 이르게 된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은 호텔롯데 상장 철회를 꼽고 있다. 당초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발판으로 해외 진출 사업 등에 2조원 가량을 우선 배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는 29일 상장할 예정이었던 호텔롯데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달 12일로 일정을 연기했다. 그러다 압수수색이 연이어 진행되면서 결국 상장을 유보했다.
신 회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14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호텔롯데 상장과 관련해 국민과 약속한 사안이므로 꼭 상장하겠다고 말했지만 연내에 상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호텔롯데의 상장이 물거품되고, 상장 연기로 계열사들이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서 롯데는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완공까지 불투명해지면서 롯데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준공을 책임지고 있는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해당 프로젝트에도 문제가 생겼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번 수사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검찰이 이번에 지목한 롯데 관련 사안 중에는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문제 등 과거에 이미 한차례 불거졌던 문제들을 다시 꺼낸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불법을 저지른 부분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하지만, 이번 수사가 자칫 재계 전반의 투자 및 고용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 불황이 심화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번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대기업 수사 시 '환부'만 도려내겠다고 공언한 것처럼 잘못은 단호하게 묻되, 불필요한 소환과 수사 장기화로 경제 위축을 불러와서는 안될 것이다.(서울=포커스뉴스) 전국이 흐리고 비가 내리는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가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2016.05.03 김인철 기자 (인천=포커스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2일 오전 인천 중구 공항동로 롯데면세점 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상생 2020 비전 선포식에서 최근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소송애 대해 입장 표명 후 인사를 하고 있다. 2015.10.12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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