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거리, 영국십 펍에서 만난 영국인들
"유럽 연합 탈퇴하면 경제적 타격 클 것" 한목소리
(서울=포커스뉴스) "남느냐 떠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영국과 유럽, 나아가 전 세계의 미래를 결정지을 운명의 날이 밝았다.
현지시각으로 23일 오전 7시, 한국시각으로 오후 3시부터 영국 전역에서는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의 여부를 가리는 국민투표가 시행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덩달아 비상 상태에 돌입했고 모든 이목이 이날의 투표 결과에 쏠리고 있다.
세계의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하는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게 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격히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투표 전날까지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양상을 보인 데다 '잔류파'와 '탈퇴파'가 막판까지 치열한 표몰이에 나서면서 결과 예측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포커스뉴스>는 브렉시트 국민 투표 하루 전날인 2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영국식 선술집(펍)을 찾아 먼 이국 땅에서 고국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 한국 거주 영국인들을 만났다. 이들은 본토에서 '잔류'와 '탈퇴'로 나뉜 것과 비슷했다. 그러나 실명과 사진 게재를 허락한 영국인 2인은 강하게 잔류를 주장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을 상상하는 일은 끔찍하다."
다국적 에너지 기업, 에이멕포스터휠러(Amec Foster Wheeler)사에서 엔지니어링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는 사이먼 바노키(Simon Bannochie)씨는 '브렉시트 결사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태원 거리를 산책 중이던 바노키씨는 "유럽연합에 소속된 국가로서 누리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세계 최대의 시장에서 장벽 없이 서로 교류하는 것이 가장 크다"라며 "안정된 치안, 경제적 이익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 투표의 결과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느냐는 질문에 크게 웃으며 "그건 너무 어려운 문제다. 도저히 가늠하기가 어렵다"라며 "주변 영국인 친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정확히 반반으로 나뉜다. 어느 쪽의 우위를 점칠 수 없어 나도 긴장하면서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7년 전 입국해 지금은 이태원에서 영국식 맥줏집(펍)을 운영하는 톰 챔버스(Tom Chambers)씨는 자신을 가리켜 '유럽연합 잔류파'라고 소개했다.
"현재 국외자 신분이라 아버지께 부탁해 잔류하는 쪽으로 대리 투표했다"는 그는 "유럽연합에 남길 바라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금융 산업 때문"이라며 "만약 유럽연합을 탈퇴한다면 영국의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건 정말 불행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챔버스씨는 "조 콕스 영국 노동당 하원 의원이 피살된 이후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여론이 커지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내일 투표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버지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지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주된 이유는 이민자와 유럽 내 주도권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으로 너무 많은 이민자가 들어오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지 않나. 탈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민자들이 영국인들의 주거지와 일자리를 뺏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인들 중 일부는 유럽연합을 탈퇴해야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거대한 조직에 매어 독일 같은 국가들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투표의 결과가 본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냐는 질문에 챔버스씨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을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행복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생각이 바뀔 것 같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다면 더욱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는 24일 결정된다. 투표가 끝나는 대로 개표를 시작해 현지시각으로 24일 오전 7시쯤, 한국시각으로 오후 늦게 결과가 발표될 전망이다.23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짓는 국민투표가 열릴 예정이다. (Photo illustration by Christopher Furlong/Getty Images)2016.06.18 ⓒ게티이미지/이매진스 톰 챔버스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영국식 펍 '불독스'에서 기자에게 브렉시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촬영=김대석 기자>지난 23일 영국 잉글랜드 요크시에 위치한 요크 경마장에서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이 브렉시트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는 동안 밖에서 브렉시트 반대자가 바나나 형상 의상을 입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Photo by Christopher Furlong/Getty Images)2016.06.01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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