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전하는 조선시대 여성이야기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23 09: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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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오는 24일 소장자료 강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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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조선 중기의 문신 윤광호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하며 남긴 회고록 '선비정부인박씨유사' 강독회가 오는 24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 문화의 확산과 공유를 위해 연중 문화행사로 '소장자료 강독회'를 개최하고 있다. 세 번째 강좌인 '선비정부인박씨유사'는 조선 중기의 문신 윤광호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하며 남긴 한문 회고록를 후대에 윤씨 집안의 부녀자들이 한글로 풀어 쓴 책이다.

조선시대 여성의 이야기는 남성 문인의 도움 없이는 구전으로 떠돌다가 사라져 버리곤 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황진이, 장희빈, 장녹수 그리고 존경받는 열녀의 이야기는 모두 남성 문인들이 글로 남겼기에 현세에 전해질 수 있었다.

'선비정부인박씨유사'는 아들 윤광호의 관점에서 어머니의 삶을 기술한 회고록이다. 윤광호는 글에서 어머니 정부인 박씨를 퇴계 이황이 쓴 여성교훈서 '규중요람'에 등장하는 현모양처, 열녀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여인으로 묘사했다.

당시 남성들이 기록·기억하고 싶었던 여인상은 유교질서에 부합하는 여성이었다. 때문에 '규중요람' 속의 여인을 현실에서 발견할 경우 자연스럽게 그들을 기록하고 추모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다른 여성들도 정부인박씨와 같은 여인의 모습으로 살기 바라는 조선시대 남성들의 간절한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

'선비정부인박씨유사' 중에는 '내 집안에 들어와 내 집 며느리가 되는 사람은 우리 어머니의 평일 언행을 가슴에 두어 행해야 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집안 여인들이 어머니의 언행과 덕행을 가슴에 두길 바란다는 윤광호의 당부처럼 이 글은 파평 윤씨 집안 며느리들이 현모양처가 되기 위해 교훈과 경계로 삼는 지침서로 활용됐을 것이다.

'선비정부인박씨유사'처럼 남성들이 기록한 글을 읽을 때 남성의 시선을 벗어나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여성 본연의 이야기를 읽기 위해서는 아주 면밀한 독서가 필요하다.

이번 강좌에서는 이승희 상명대 교수가 발표자로 나서 조선시대 여성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기록들의 특징을 살펴보고 함께 '선비정부인박씨유사'를 읽는 시간을 갖는다. 이어 이지영 안동대 교수가 남성의 시각을 걷어낸 조선시대 여성의 삶과 문화를 주제로 참가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인다.

한편, 7월 1일에 개최하는 '소장자료 강독회' 네번째 강좌는 조선시대 상례제도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언해상례'를 다룰 예정이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참가를 원하는 성인은 국립한글박물관 연구교육과로 신청하면 된다.'선비정부인박씨유사(1800년, 20.5×32.5cm 57장)' 중 생전에 어머니가 얼마나 총명하셨는지를 추모하는 부분이다.<사진제공=국립한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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