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봉이 녹음해 편곡까지 마쳤지만 음원 미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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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29세의 나이에 요절한 시인 기형도가 작사한 '내마음 낙엽' 육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1978년 MBC대학가요제 출신 작곡가 박광주는 지난 1987년 기형도 시인에게 '10월에'와 '내 마음 낙엽' 등 가사 2편을 받아 작곡했다. '10월에'는 1999년 발간된 '기형도접집'에 실렸지만 '내 마음 낙엽'은 누락됐다가 지난 2003년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기형도 시인이 직접 쓴 '내 마음 낙엽' 육필 사진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형도 시인의 육필이 담긴 '내 마음 낙엽' 가사지에는 제목을 '사랑했다 사랑한다'라고 썼다가 두 줄로 긋고 위에 '내 마음 낙엽'이라고 쓴 흔적이 남아있다.
'내 마음 낙엽'은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후회하는 내용이다. 가사는 △(1절) 지금도 너를 보면 거리의 낙엽처럼/뒹구는 내 마음이여/너는 그저 추억처럼 웃으며 지나쳐가네 △(2절) 오늘도 멀리에서 네 모습 보았었네/여전히 아름다웠네/혹시라도 바라볼까 한참을 서있었다네 △(후렴) 지난날 왜 바보처럼 한마디 말 못했나/이렇게도 아플 줄을 그때 난 정녕 몰랐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형도 시인과 박광주 작곡가와의 인연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형도 시인과 박광주 작곡가는 각각 중앙일보와 코리아헤럴드의 문화부 기자로 처음 만났다. 박광주 작곡가는 당시 '10월에'와 '내 마음 낙엽'의 멜로디를 카세트 테잎에 녹음해 기형도 시인에게 전달했고 기형도 시인이 가사를 적어 박광주 작곡가에게 전했다. 그리고 한참 뒤 가수 심수봉이 부른 '시월'이 탄생했다.
박광주 작곡가는 "처음에 가사를 받은 직후 두 곡 모두 심수봉에게 들려줬는데 가사가 너무 시적이라 노래 가사가 아니라고 거절했었다. 한참 뒤 심수봉 콘서트에 찬조출연을 하게 됐는데 그때 가사를 다시 보더니 좋다고 해서 녹음을 했다"고 말했다.
심수봉이 부른 '시월'은 음원이 발표됐지만 '내 마음 낙엽'은 제작과정에서 다른 곡들에게 밀려 발표되지 못했다. 현재 '내 마음 낙엽'은 편곡과 녹음을 모두 마친 상태이지만 미공개 상태다.
박광주 작곡가는 "'내 마음 낙엽'은 멜로디가 너무 심플하고 가벼운 뽕짝이다 보니 음원을 발표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기형도의 손때가 담긴 노래니까 대중적으로 알려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60년 인천 연평도에서 태어난 기형도 시인은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중앙일보에 근무하면서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던 그는 1989년 시집 출간을 위해 준비하던 도중 뇌졸증으로 종로의 한 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후에 유고 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입(1989)'이 출간됐으며 산문집 '짧은 여행의 기록(1990)', '기형도 전집(1999)' 등이 대표작이다.
한편 기형도 시인의 가족이 살던 광명시에는 기형도 문화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오는 2017년 7월 개관을 목표로 기형도 문학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시인의 업적을 기리고 문화적 가치를 계승하기 위한 기형도 문학관은 총 공사비 28억4000여만 원을 들여 소하동 산144번지 기형도 문화공원 일원 5만11㎡ 부지에 건축 연면적 879.78㎡,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다.기형도가 작사한 '내마음 낙엽' 육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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