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등으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연상호 감독, 첫 실사영화 연출
대한민국 최초로 시도되는 본격 좀비 액션
(서울=포커스뉴스) '부산행'을 보기 전에 사실 걱정이 많았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집행위원장에게 "역대 최고의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라는 호평을 들었으니, 작품이 기대감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기우'였다. '부산행'을 보는 동안은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부산행'이 끝난 후에야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부산행'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확산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다. 석우(공유 분)는 딸 수안이(김수안 분)를 부산에 있는 엄마에게 데려다주고자 서울역에서 부산행 KTX에 오른다. 부부, 자매, 친구 등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각각의 이유로 KTX에 탑승했다. 그런데, 낯선 이가 홀로 출발 전 기차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보통날처럼 OK 사인이 떨어지고, 기차는 출발한다.
이후 내용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감염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 간단한 이야기는 관객의 시선에 따라 달리 보일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위기의 상황에서 거리를 좁혀가는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고, 다른 이에게는 하나뿐인 아내를 지키려는 남편의 뭉클한 사랑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에게는 좀비보다 무서운 인간의 이기심이 더욱 날카롭게 파고들 수도 있다.
공통으로 눈여겨보게 될 것은 한국영화 중 처음으로 전면에 등장한 '좀비'들일 것이다. '곡성'에서 괴이한 생명체의 몸짓을 만든 박재인 안무가가 '부산행'에 참여했다. '부산행'은 '곡성'과 달리 전면에 좀비들을 둔다.
안무가의 참여 덕분에 수백 명의 좀비들은 각기 다른 몸짓을 선보인다. 연령대, 성별, 공간 별로 구별해 디자인한 덕분이다. 좀비들은 복사된 것 같은 모습이 아닌, 각기 다른 살아있는 모습으로 사람을 쫓는다.
좀비를 피해 사람들은 기차의 칸을 이동한다. 시속 300km급 긴장감은 상영시간 내내 계속된다.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관계로 엮인 사람들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 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높아지는 만큼, 긴장감은 극대화된다. 연상호 감독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이야기를 힘차게 끌고 간다.
사람들의 관계는 한국형 드라마를 가미한다. 한국영화 최초로 시도된 본격적인 좀비 소재이지만, 대중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공유와 김수안이 보여주는 아빠와 딸, 마동석과 정유미가 보여주는 남편과 아내, 최우식과 안소희가 보여주는 사랑과 우정 사이 등의 관계는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 한명 한명이 캐릭터와 공감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치우치지 않고'라는 말 속에 담긴 것은 캐릭터만이 아니다. 드라마와 액션 역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좀비들을 뚫고 앞칸을 향해가는 공유, 마동석, 최우식의 액션도 볼거리다.
'부산행'의 개봉을 앞두고 대중들은 온라인상에서 '마동석이 좀비 죽이는 영화'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공유는 "칸국제영화제에서 '부산행' 상영 당시, 좀비와의 맞대결에 사람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 기대감과 해외의 반응처럼, 속 시원한 일직선 액션이 '부산행'에 담긴다.
연상호 감독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치우치지 않고'에 담긴 또 하나의 의미다. '부산행'에는 역대급 악역이 등장한다. 대기업 상무 용석(김의성 분)이다. 좀비라는 비현실적인 소재 속에서 악역인 용석은 비현실적이지가 않다. 모든 것은 '내가 살기 위해서' 하는 선택들일 뿐이다. 극한 상황 속에서 벌거벗겨진 인간의 이기심은 좀비들의 액션보다 날카롭게 관객에게 남아있을 수 있다.
'좀비물'이라는 것 때문에 관심을 둔 관객이라면, 당연히 자극의 정도가 가장 궁금한 요소일지 모른다. 그 답을 달라면, '부산행'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라고 말하고 싶다. 좀비는 분명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게 한다. 하지만 신체 부위가 크게 훼손되는 장면이 걱정된다면, 마음 놓고 봐도 되겠다. 상영시간 118분.공유·정유미·마동석·최우식·안소희·김수안이 열연한 영화 '부산행' 메인포스터. <사진제공=NEW>안소희가 좀비들을 피해 칸을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행' 스틸컷. <사진제공=NEW>공유가 김수안을 안고 다른 칸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행' 스틸컷. <사진제공=NEW>사진은 '부산행' 메인포스터.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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