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모든 상임위 일정 중단하라"…상임위 전면 보이콧
홍영표 "유감스럽게 생각"…정진석 "상임위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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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의원 상임위 전체 보이콧 |
(서울=포커스뉴스) "오래 살다보니 여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는 세상이 왔네. 그것 참 이상해"
여소야대(與小野大) 20대 국회에서 여당이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는 이례적인 일이 15일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이 14일 여야 간사와 협의없이 '2015 고용노동부 예비비 지출 승인의 건'을 상정, 야당 단독으로 표결을 강행하는 이른바 '날치기'를 한 것.
해당 안건에는 고용노동부가 국회의 승인없이 집행한 노동부 홍보 예산에 대해 관련자의 징계건과 감사원의 감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여당 의원들은 이를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여당 소속 환노위원들은 홍 위원장이 표결 처리 의사를 밝히자 즉각 반발, 회의장을 퇴장하고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5일 소속 의원들에게 상임위를 전면 보이콧할 것을 요청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오래 살다보니 여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는 세상이 왔네"라며 "그것 참 이상해"라고 촌평했다.
▶다음은 박지원 비대위원장 발언.
◆ 노동개혁 홍보비 지출 54억 野 "징계·감사 해야" vs 與 "시정 요구만"
14일 오후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여야 의원들은 고용노동부가 사전에 국회의 승인없이 예비비 약 54억원을 사용해 노동개혁 관련 홍보비로 지출한 것을 두고 이기권 노동부 장관을 질타했다. 예비비는 재난이나 재해 등 예측할 수 없는 지출에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와 관련해 여당 소속 의원 역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기권 장관 역시 "잘못됐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절차적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상황은 이후에 벌어졌다. 야 3당 의원들은 △관련자 징계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하는 내용을 포함해 결산안을 처리하자고 주장했고, 이에 여당 의원들은 한 단계 낮은 '시정 요구'로 하자고 맞섰다.
여야 간의 합의가 지연되자 홍영표 위원장은 표결 처리를 주장했고, 여당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회의장을 퇴장했다. 홍 위원장은 이후 안건을 상정해 야당 단독으로 표결처리했다.
환노위 여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당의 사과와 홍영표 위원장의 사퇴, 재발방지 약속이 없으면 중대한 결심을 하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명연 원내수석대변인도 "새누리당은 내일 아침 9시까지 지도부 차원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이 없으면 국회운영과 관련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백히 밝힌다"며 "20대 국회 첫 여야 협치를 파탄시킨 야당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예비비를 지출해 제작한 고용노동부의 홍보영상
◆ 새누리당 "모든 상임위 일정 중단하라"…상임위 전면 보이콧
15일 오전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
정진석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수적 우세였지만 단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한 적이 없었다"며 "홍 위원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한다. 약속이 없다면 국회 운영과 관련해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중대 결심의 정체는 곧 드러났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돌렸다.
"[긴급 알림] 환노위 사태 관련, 야당의 사과가 있을 때까지 모든 상임위 일정을 중단해주시기 바랍니다. -원내대표 정진석 올림"
또 지상욱 대변인 역시 기자들과 만나 "오늘 홍영표 위원장이 사과를 안하면 모든 의사 진행을 안한다. 환노위·정보위 등 상임위 참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소야대 20대 국회에서 벌어진 첫 상임위 전면 보이콧이 여당에 의해서 이뤄진 것.
환노위 소속 여당 의원들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홍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태경 의원은 "홍영표 위원장은 사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사퇴해야 한다"며 "사퇴가 없으면 새누리당 환노위원들이 사퇴할 수밖에 없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 홍영표 "유감스럽게 생각"…정진석 "상임위 정상화"
15일 오전 11시20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국회가 파행하자, 지역구인 인천에 머물고 있던 홍영표 위원장이 상경했다.
홍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상임위를 원활하게 이끌고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원만하게 끝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사과가 아닌 유감 표명에 그친 것에 대해 "더이상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홍 위원장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새누리당은 논평을 통해 "사과인지 변명인지 알 수 없다"며 "국회 질서를 문란시킨 당사자인 홍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사과부터 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오를 좀 지나 논평을 낸 뒤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 보이콧'을 지속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오후 국회 운영은 논의를 해봐야 알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판단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홍 위원장의 유감 표명을 받아들인 것.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한 시를 좀 넘긴 시각 다시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상임위 정상화를 요청했다. 상임위 전면 보이콧을 시작한지 약 반 나절만에 상황이 종료된 것.
이에 대해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홍 위원장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는 논평은 유효하며, 그럼에도 개회한 이유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정 원내대표의 결단"이라고 밝혔다.
이날 있었던 의사일정 파행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던 동시에, 여당이 먼저 국회를 보이콧한 "그것 참 이상한 일"이었다.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정된 저출산-고령화 대책 특별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파행되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야당 단독으로 예비비 지출안 등을 처리한 것과 관련해 홍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모든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2016.07.15 강진형 기자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결산 표결 관련 입장을 전하는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 위원장이 야당 단독으로 예비비 지출안 등을 처리한 것과 관련해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모든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2016.07.15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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