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에서만 보내는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니 부지런할 수밖에”
“떼돈은 못 벌지만 의미 있는 일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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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포토] 조재현, 객석에 앉아 |
(서울=포커스뉴스) 배우 조재현과의 인터뷰는 대학로에 있는 수현재 씨어터에서 진행됐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수현재 씨어터를 설립한 조재현의 사무실은 옥상 한쪽에 마련돼 있었다. 6명 정도가 테이블을 놓고 비좁게 앉는 곳, 소소한 그곳에서 빗소리와 함께 인터뷰가 시작됐다.
‘봉이 김선달’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였다. 조재현은 ‘봉이 김선달’에서 김선달(유승호 분) 사기패의 맞수가 되는 악덕 탐관오리 성대련 역을 맡았다. 백성을 청에 팔아먹기까지 하는 악한 마음을 지닌 인물이다. 조재현은 “그동안 어둡고, 칙칙하고, 우중충한 작품만 하다보니, 저보다 가족들이 했으면 하더라고”라며 ‘봉이 김선달’에 합류한 이유를 밝힌다.
“대부분 악역은 다 나름대로 이유를 가졌어요. 성대련도 그렇죠. 도를 지나치는 순간 스스로는 정의롭고 정당한 일을 한다고 확신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성대련은 ‘나라가 부실하니, 누군가 나타나서 나라를 구해야 한다, 내가 그 애국자다’라고 생각한 거죠. 왕을 못 믿죠. ‘아버지 잘 만나서 왕 하는 거 아니냐, 나는 전쟁 때 부모 다 잃었다’ 이런 얘기도 하고요.”
‘봉이 김선달’ 현장에서 조재현은 대선배였다. 유승호, 고창석, 라미란, 그리고 처음 스크린 연기 도전에 나선 엑소(EXO)의 멤버 시우민은 모두 그보다 후배다. 현장 분위기에 대해 그는 “지들 끼리만 놀고. 라미란은 그래도 같이 연극을 했던 후배인데, 애들하고만 놀고. 난 왕따였어”라며 장난기 가득한 불평을 털어놓는다.
“제가 촬영 현장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는 없지만, 질적으로 마이너스 시킬 수는 있는 위치더라고요.(웃음) 제가 이상한 표정 짓고 있으면 분위기가 이상해져요. 불편하게 할 이유가 없죠. 사실 (고)창석이도, (라)미란이도, (유)승호도, 그리고 시우민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정말 바람직한 촬영 현장이었죠.”
사실 조재현에게는 아이돌 스타를 기피한다는 선입견도 있었다. 과거 드라마 ‘정도전’ 제작보고회 당시 그가 남긴 말이 부풀려진 탓이다. 당시 그는 드라마 제작에 대한 쓴 소리를 했었다. 하지만 조재현은 “많은 사람이 오해하고 있어요. 제가 왜 밑도 끝도 없이 그러겠어요.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예쁘지”라고 말한다.
“‘정도전’ 제작보고회 당시, 드라마 제작 환경이 정신 차려야 한다는 말을 했어요. 너무 막장으로만 흘러가는 소재, 연기에 대한 관심이 없는 아이돌을 캐스팅해 드라마를 제작하는 환경이 불만스럽다고요. 제가 아이돌을 싫어한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말이에요. 과거와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요즘에는 아이돌 친구들이 연기 수업을 받고 준비해서 오더라고. 시우민도 그랬고요.”
조재현의 직업은 배우 하나로 단정 짓긴 힘들다. 그는 오는 9월 자신이 연출한 영화 ‘나홀로 휴가’의 개봉도 예정돼 있다. 독립 영화를 만들어보니 깨닫게 된 것도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입 밖으로 내놓지 않는다. “배우가 연출의 방향을 틀어버리는 것은 굉장히 안 좋다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하는 그다.
“배우가 연출에게 다가가서, 도움을 줄 수는 있어요. 메뉴판을 내놓는 거지. 다양한 것을 보여주되, 선택은 연출자의 몫이어야 해요. 영화는 열 가지, 백 가지 장면으로 완성되는 건데, 어떤 한 장면을 살리기 위해 연출자를 틀어버리면 나머지 모두가 흔들려요. 그러니 욕심이 생기더라도 연출자의 말, 그대로 가야 돼요.”
그리고 인터뷰를 하는 장소인 공연제작사 수현재 컴퍼니를 설립하기도 했다. 수현재 컴퍼니에서 올리는 작품들은 독특하다. 공연장을 청춘의 전유물로 만들지 않았다. 극에 임하는 배우도 중견 배우가 많다. 이는 공연을 즐기는 연령층이 다양해지길 바라는 조재현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외국에서는 다양한 연령대가 공연장을 찾아요.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는 20대와 30대의 문화처럼 된 것 같아요. 제 또래의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연극을 대학교 때 보고 안 봤다는 거예요. ‘대학로에 20년 만에 와보니 좋네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중년을 공연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황금 연못’, ‘민들레 바람 되어’ 등의 작품을 다 성공시켰어요. 다양한 연령층이 어색하지 않게 공연장에 어우러졌으면 좋겠어요.”
영화, 드라마, 공연 등 종횡무진 활동 중인 조재현이다. “어디 한 군데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실상은 하루에 잠도 3·4시간으로 줄여가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그다.
“사실 연극에서 떼돈을 벌 수가 없어요. 사실 대학로에서 빚 안지고 나가는 게 최고예요. 제가 떼돈을 벌라면 다시 태어나야 돼요. 떼돈은 못 벌지만, 저는 대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솔직히 말하면, 하고 싶은 일을 돈이 없어서 못 하는 친구들에게 정말 멋있고 싶어요. 지금 정말 솔직하게 얘기하는 겁니다.(웃음)”(서울=포커스뉴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현재씨어터에서 영화 '봉이 김선달'의 배우 조재현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04 김유근 기자 조재현과 유승호가 열연 중인 모습이 담긴 영화 '봉이 김선달'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서울=포커스뉴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현재씨어터에서 영화 '봉이 김선달'의 배우 조재현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04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현재씨어터에서 영화 '봉이 김선달'의 배우 조재현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04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현재씨어터에서 영화 '봉이 김선달'의 배우 조재현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04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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