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조기 레임덕 현실화?…野 "민정수석 보호하려다 정권 흔들려"
서청원 전대 불출마 비박계 당권 장악 ↑…"수평적 당청 관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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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 숙여 인사하는 朴 대통령 |
(서울=포커스뉴스) "비난, 저항에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진다"
21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점점 가시화되고 있는 레임덕 현상을 오히려 더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 권력실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진경준 게이트 연루 의혹, 현기환 전 정무수석을 비롯한 친박계의 총선 개입 녹취록 파문 등 최근 정권을 둘러싼 대형 악재가 겹치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런 전조들을 두고 "레임덕의 시작에 불과하다.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로 21일 현재 583일 남은 상황.
사드 도입을 둘러싼 국론 분열까지 겹쳐, 조기 레임덕이 현실화돼 박근혜정부 역시 '실패한 정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 공천 개입에 우병우 '진경준 게이트' 연루 의혹…연이은 악재 폭탄
지난 18일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과 윤상현 의원이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성회 전 의원을 향해 지역구를 옮길 것을 종용하는 녹취록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19일에는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에 가담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됐다. 청와대는 총선 당시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전혀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현 전 수석은 '대통령'을 언급하며 김 전 의원을 압박했다.
악재는 끝이 아니었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넥슨 측으로부터 무상으로 주식을 양도받은 혐의로 검사장으로는 최초 구속된 '진경준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조선일보는 지난 18일 우병우 민정수석의 장인인 이상달 전 정강중기·건설 회장이 2008년 딸들에게 상속한 서울 강남역 부근의 토지와 건물 등을 2011년 넥슨코리아가 공시지가의 2~3배 가격인 1325억 9600여만원에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매입은 고가의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해 고심하던 우병우 수석의 고충을 김정주 NXC(옛 넥슨홀딩스) 대표가 해결해준 것으로 풀이됐다.
이 과정에서 우병우 수석과 친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진경준 검사장이 두 사람을 연결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우 수석이 진 검사장의 비위를 눈 감아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우병우 수석은 "김정주 대표를 전혀 모른다"며 의혹을 일축하며,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사퇴 요구에도 "의혹만 갖고 공직자가 그만 둬서는 안된다"며 거부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의혹의 중심에는 청와대가 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은 권력 핵심부의 실세 중의 실세.
정무수석은 대통령과 국회와의 다리 역할을 하며, 민정수석은 인사 검증과 동시에 공직 사회의 기강을 확립할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
◆ 박근혜정부 조기 레임덕 현실화?…野 "민정수석 보호하려다 정권 흔들려"
박 대통령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청와대 인사와 새누리당내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의혹의 중심에 서며 조기 레임덕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21일 NSC를 주재하면서 "여기 계신 여러분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는 민정수석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최근 우병우 수석을 상대로 제기되는 여러 의혹들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심경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 조기 레임덕은 가시화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미 박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야권의 비판의 초점은 공천보다는 우병우 수석의 의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 전 수석의 공천 개입 논란은 여당 내부의 상황으로 명분이 마땅찮기 때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민정수석을 보호하려다가 정권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고 했다.
비대위원을 맡고 있는 이종걸 의원은 "우 수석이 박근혜정부에서 활동해 온 과정과 권력 남용이 총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인사 실패도 간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진경준 검사장이 구속된 것을 거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사과했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이 책임질 수 없다고 하면 검증에 실패한 우병우 수석부터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야권은 현기환 전 수석의 공천 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레임덕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더 많은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 서청원 전대 불출마 비박계 당권 장악 ↑…"수평적 당청 관계 만들겠다"
친박계 핵심 의원들의 공천 개입 논란에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이 8·9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비박계가 당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조기 레임덕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녹취록 파문'과 관련한 진상조사 요구에 20일 "또다시 계파 투쟁으로 뒤늦게 책임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비박계 당권주자들은 '법적인 조치'까지 거론하며 일전을 불사할 태세.
비박계 5선의 당권 주자인 정병국 의원은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도 취해서 하루 속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강성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빨리 문제를 끊어내기 위해 혁신비대위가 법률 검토를 거쳐 검찰에 고발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비박계가 당권을 거머쥐게 된다면 지난 공천 과정 등을 문제 삼아 친박계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 핵심 친박 의원들이 당의 중심부에서 이탈하게 되면 당청 관계 역시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들 비박계 당권주자들은 출마 초기부터 기존의 당청 관계에 문제를 제기, 수평적 당청관계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유승민 의원은 원내대표 출마 당시 수평적 당청관계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며 당선됐지만, '배신의 정치' 논란으로 사퇴했다.
우병우 수석에 대한 퇴진 요구 역시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우 수석에 대한 방어를 사실상 포기한 것에 이어 한 발 더 나간 것.
정병국 의원은 21일 MBC라디오에 출연,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런저런 구설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께 엄청난 부담이 된다"며 "이런 문제제기가 되면 시시비비를 가리기 이전에 스스로 해임을 해야 된다고 본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사정 총괄, 공직 기강, 인사 검증을 지휘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은 공인 중의 공인"이라며 "만에 하나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는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이자 국기문란 사태가 될 수 있음을 검찰은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다.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16.06.13 사진공동취재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왼쪽),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오른쪽) <사진출처=포커스뉴스 db>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주의회복TF 검찰개혁 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2016.07.21 강진형 기자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상현 의원의 공천개입 의혹 관련 입장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07.19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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