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구로을 투표함 개함…"민주화 재조명 vs 부정 의혹 여전" 입장차 극명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7-21 17: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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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지회 "투표함 보관 경로 불투명, 부정투표 의혹 여전"

한국정치학회·선관위 "민주화 30년 발전 궤적 재조명 기회"
△ 29년 만에 열리는 구로구을 우편투표함

(서울=포커스뉴스) 1987년 대선 당시 부정투표 의혹에 휩싸였던 서울 구로구을 부재자 우편투표함이 21일 오전 종로 선거연수원에서 개봉됐다. 29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개함 과정과 주체 등을 둘러싸고 한국정치학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당시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했던 시민들 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고 진행을 맡은 한국정치학회와 선관위 측은 개함이 "선거의 중요성과 민주주의 발전의 궤적을 재조명하는 기회"라는 입장이다.

반면 87년 당시 부정투표 반발해 항의농성을 벌였던 시민들로 구성된 '구로부정선거항의투쟁동지회'는 "그동안 투표함 보관 경로 등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상태에서의 개함은 87년 구로구청 사건의 진실을 왜곡할 뿐"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구로구청 사건은 1987년 12월16일 제13대 대선 당시 서울 구로구을선관위 관계자가 구로구청 내 보건소 앞마당에서 부재자 우편투표함을 사무실과 5㎞ 떨어진 개표장으로 옮기자 시민들이 이를 부정투표함으로 인식해 빼앗은 일을 말한다.

해당 투표함에는 부재자 투표용지 4325통이 들어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는 최종적으로 무효 처리됐다. 그동안 투표함은 봉인된 채 중앙선관위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 구로동지회 "투표함 보관 경로 불투명"

이날 개함 행사에 앞서구로구동지회는 성명을 통해 "아직 해당 투표함의 보관 경로마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 87년 당시 구로구청 안에는 빈 투표 용지, 기표용 붓두껍, 인주 묻은 장갑 등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던 물증들이 있었다. 이것을 제외하고 부재자 투표함만을 개함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구로구청 사건의 본질은 군사정권이 전국적 규모로 부정선거를 자행해 군사정권을 연장해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는 점이다"면서 "정치학회와 선관위가 부재자 투표함 개함만으로 구로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것은 사건의 진실을 왜곡시키려는 의도다"라고 규탄했다.

87년 당시 부정투표 항의농성을 벌였던 서울대학생회장 박성준(51)씨는 "중앙선관위는 해당 투표함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선관위에 오게 됐는지도 아직 명확히 해명하지 못했다"면서 "구로동지회 측에서 이에 대해 선관위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개함 행사 진행 도중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구로구청 사건 당사자들이 지난 30여년 동안 꾸준히 투표함 개함을 요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이를 무시했다. 지금 와서 정치학회가 무슨 자격으로 개함을 요구하는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박씨는 87년 당시 집시법 위반과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날 행사장을 방문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선관위는 개표 시작도 안 된 시기에 투표함을 가져갔다. 의심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합리적인 의심'에 기초한 행동들이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다"면서 "오늘 개함이 최선은 아니지만 때론 차선의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개함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한국정치학회 "민주화 30년 의미 되돌아보겠다"

강원택 한국정치학회장 겸 서울대 교수는 이와 관련 "구로구청 사건이 오늘날 현실에 정치적 의미가 있거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것이라면 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29년이란 세월이 흐른 만큼 이제는 역사적 사건이 됐다. 민주화 30년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 민주주의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개함 자체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다.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향후 사건 관계자인 시민과 선관위 직원, 진압 경찰 등 다양한 분들을 인터뷰하고 사건을 종합적으로 재구성해 해당 사건이 한국정치사에서 가졌던 함의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손병권 한국정치학회 책임연구원 겸 중앙대 교수는 "87년 당시 군부대처럼 접근에 제한이 있었던 영역에서 부재자 우편투표 부정이 있었을 수 있다"면서 "이번 개함으로 해당 투표함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게 맞는지부터 출발해서 문제 영역을 충분히 확대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남이 중앙선관위 선거기록보존소장은 "한국정치학회의 진위검증에 관한 보고서가 나오면 선관위도 어떤 형태로든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다. 당시 선관위가 선거 진행에 있어서 미흡했다는 점에 관한 사과 형태일 수도 있다"면서도 "개함도 하기 전에 구로동지회가 선관위에 사과나 반성을 표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학회는 연구 용역비로 선관위에 2000만원을 요구했고 이를 수령할 예정이다. 연구 종료는 애초 8월30일로 예정됐지만 연기될 전망이라고 선관위 관계자는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겸 한국정치학회장,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 서복경 서강대 연구교수, 손병권 중앙대 교수,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등 모두 5명이 참여한다.

◆ 계표결과 기호1번 노태우 73.84% '압도적'

한편 이날 계표 결과 구로구을 부재자 우편투표함 투표수는 4325표, 유효투표수는 4243표였다. 무효투표수 82표, 기권 204표였다.

후보자별 득표율 수는 기호 1번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3133표(73.8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 뒤를 기호 2번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 404표(9.52%), 기호 3번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 575표(13.55%), 기호 4번 신민주공화당 김종필 후보 130표(3.06%) 등이 이었다. 기호 7번 통일한국당 신정일 후보의 득표율은 1표(0.02%)에 불과했다.

계표는 이날 오전 10시55분 시작해 오후 2시쯤 최종 종료돼 3시간여가 걸렸다.

계표를 진행하는 사무원은 선관위 서울시 구위원회 직원들로 총 59명이 동원됐다. 개함 점검부 1·2·3반과 심사집계부, 관리정리부 등으로 구성됐다.

계표 방식은 일차적으로 개함 점검부에서 후보자별로 분리한 이후 2차로 심사 집계부가 검증했다. 마지막으로 정치학회 연구원과 중앙선관위원들로 구성된 위원들이 이를 확인했다. 관리 정리부는 행사 현장에서 각종 질문에 답변하고 항의에 대응하는 업무를 맡았다.

계표는 △훼손용 봉투 재단 △속봉투 분리 △속봉투 재단 △투표용지 분리 △후보자별로 구별 △무효투표 구별 순으로 이뤄졌다.

무효표는 속봉투에 투표지가 들어있지 않은 것, 속봉투에 투표지가 2매 이상 들어있는 것, 투표지 외에 다른 것이 들어있는 것, 투표지에 주소·성명 등이 기재돼 있거나 직인이 날인돼있는 것 등이다. 선관위는 속봉투가 봉함되지 않았더라도 유효표라는 헌재 판결에 따라 이를 유효표로 인정했다.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관계자들이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구로구을 우편투표함을 개봉하고 있다. 이날 개봉된 투표함은 직선제 개헌 이후 첫 대통령선거가 열린 1987년 12월 16일 구로구청에서 시민들이 은닉 반출되는 투표함을 발견해 부정투표함으로 규정, 구로구청 점거농성의 시발점이 된 투표함으로 봉인 29년 만에 열게 됐다. 2016.07.21 양지웅 기자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관계자들이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구로구을 우편투표함을 개봉하고 있다. 이날 개봉된 투표함은 직선제 개헌 이후 첫 대통령선거가 열린 1987년 12월 16일 구로구청에서 시민들이 은닉 반출되는 투표함을 발견해 부정투표함으로 규정, 구로구청 점거농성의 시발점이 된 투표함으로 봉인 29년 만에 열게 됐다. 2016.07.21 양지웅 기자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공개된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구로구을 우편투표함 뒤로 당시 선거벽보들이 전시돼 있다. 이날 개봉된 투표함은 직선제 개헌 이후 첫 대통령선거가 열린 1987년 12월 16일 구로구청에서 시민들이 은닉 반출되는 투표함을 발견해 부정투표함으로 규정, 구로구청 점거농성의 시발점이 된 투표함으로 봉인 29년 만에 열게 됐다. 2016.07.21 양지웅 기자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관계자들이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구로구을 우편투표함을 개봉하고 있다. 이날 개봉된 투표함은 직선제 개헌 이후 첫 대통령선거가 열린 1987년 12월 16일 구로구청에서 시민들이 은닉 반출되는 투표함을 발견해 부정투표함으로 규정, 구로구청 점거농성의 시발점이 된 투표함으로 봉인 29년 만에 열게 됐다. 2016.07.21 양지웅 기자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개표사무원들이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구로구을 우편투표함에서 꺼낸 투표용지를 계수하고 있다. 이날 개봉된 투표함은 직선제 개헌 이후 첫 대통령선거가 열린 1987년 12월 16일 구로구청에서 시민들이 은닉 반출되는 투표함을 발견해 부정투표함으로 규정, 구로구청 점거농성의 시발점이 된 투표함으로 봉인 29년 만에 열게 됐다. 2016.07.21 양지웅 기자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개표사무원들이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 구로구을 우편투표함에서 꺼낸 투표용지를 계수하고 있다. 이날 개봉된 투표함은 직선제 개헌 이후 첫 대통령선거가 열린 1987년 12월 16일 구로구청에서 시민들이 은닉 반출되는 투표함을 발견해 부정투표함으로 규정, 구로구청 점거농성의 시발점이 된 투표함으로 봉인 29년 만에 열게 됐다. 2016.07.21 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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