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 먹거리 찾는 증권사들
로보어드바이저로 '대중적 부유층' 겨냥하나
크라우드펀딩으로 성장 기업과의 관계 도모
초대형IB 육성방안, 대형 증권사에 날개 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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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증권사 자기자본 현황 |
<편집자 주> 한국 자본시장의 근간인 증권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만성화된 저금리와 증시 불황이 지속되면서 증권업계가 '벼랑끝'에 몰려있다. 업계의 경영난은 증시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 전반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금 상태로 가다가는 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성장 정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부터 시장 공략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위기의 늪에 빠진 증권사들의 치열한 샅바 싸움과 향후 보완 과제 등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서울=포커스뉴스) 국내 증권업계에 M&A(인수합병) 바람이 불면서 글로벌 IB를 지향하는 초대형 증권사와 특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거는 중소형 증권사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형 증권사들은 대규모 자기자본에 걸맞게 공격적 상품, 초대형 IB 육성책 등을 통한 사업 확장 등을 꾀하고 있고, 중소형 증권사는 중기특화증권사 등 정책적 지원을 업고 로보어드바이저, 크라우드펀딩 등 특화된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 부동산에서 먹거리 찾는 증권사들
거래대금 감소, 수수료 인하 경쟁, 박스권 장세 등으로 주식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눈길을 돌린 곳은 '부동산'이다.
최근 증권사에서 내놓은 부동산 펀드가 연이어 대박을 터뜨렸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1일 내놓은 '베트남 랜드마크72 자산 유동화(ABS)' 상품은 청약 이틀 만에 완판됐다. 연4.5%의 확정수익을 내걸자 초저금리에 지친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여기에 미래에셋증권은 리스크를 떠안아 안정성까지 확보했다.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의 공실률이 높아져 손실이 생길 경우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으로 이를 메우는 방식이다. 리스크를 감내할 자기자본이 있어 가능한 상품이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도 부동산 펀드를 출시했는데, 이는 1시간만에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투자증권은 19일 내놓은 '하나그랜드티마크부동산펀드1호'에 1시간만에 배정 한도 3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서울시 중구 회현동 소재 티마크그랜드호텔을 매입해 하나투어 자회사인 마크호텔에 20년간 임대해주고, 여기서 발생하는 임대료를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공모 부동산펀드다.
호텔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연 5.5%의 배당금 지급이 가능하고, 만기5년간 환매가 제한되지만 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켜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 로보어드바이저로 '대중적 부유층' 겨냥하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대중화를 통한 투자·자산관리 시장의 확대 또한 증권업계의 돌파구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가 IT 기술력을 기반으로 대중적 부유층과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대표적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한도·자문보수 등이 기존 투자 전문가를 통하는 방식보다 훨씬 문턱이 낮아, 투자 자산이 적고 비대면 거래에 익숙한 젊은 층을 투자자문 시장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는 이같은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기존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투자관리 시장 대비 5배 이상의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자산 규모는 2012년 말 550억달러(약 62조5600억원)에서 2016년 말 3000억달러(약 341조2500억원)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2조2000억달러(약 250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중 1조1000억달러(약 1251조2500억원)는 소규모 예금자금일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연구위원은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자문 대상과 금융투자상품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추가적인 투자자금도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해 대중적인 투자자문 및 자산관리 서비스가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크라우드펀딩으로 성장 기업과의 관계 도모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중소형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관심을 끌었다.
크라우드펀딩이란 군중 또는 다수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크라우드(crowd)와 자금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조합한 것으로, 자금수요자가 인터넷에서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해 7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자 증권사들은 크라우드펀딩 진출을 꾀했다. 특히 자본 규모에서 대형 증권사에 밀리는 중소형 증권사들 경우 차별화 영역으로 크라우드펀딩 중개가 부상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KTB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K투자증권 5개 증권사가 온라인펀딩중개업자로 참가하고 있다.
다만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아직 국내 시장 규모가 작다는 한계가 있다. 증권사의 중개 수수료도 5% 정도이기 때문에 아직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7월 기준으로 올 한해 펀딩 성공률은 56.7%를 기록했다. 총 97건을 모집해 55건 발행됐고, 발행금액은 81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금융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당장의 수익이 아니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회사와의 관계를 다지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진단한다.
◆ 초대형IB 육성방안, 대형 증권사에 날개 달까
대형 증권사의 새로운 돌파구 중 하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에 대한 지원책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국내 증권사를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같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기 위한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원책엔 초대형 IB의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한 차별적 라이센스 부여,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 확대,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 등이 포함돼있다. 글로벌 IB와의 경쟁 체력을 키우기 위해 자기자본 증식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초대형 IB의 기준이다. 금융당국은 초대형 IB의 자기자본 기준을 현 '3조'에서 '5조'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기자본 3조원을 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대우(7조6800억원),NH투자증권(4조5000억원), 현대증권과 통합하는 KB증권(3조9200억원), 삼성증권(3조3900억원), 한국투자증권(3조1700억원) 등이다. 여기에 최근 5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한 신한금융투자까지 포함하면 총 6곳이다.
하지만 초대형 IB 자기자본 기준을 5조로 상향하면 해당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한 곳 뿐이다. 다른 증권사들은 유상증자 등으로 자기자본을 5조로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에 '몰아주기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선 초대형 IB 자기자본 기준을 3조로 유지하고 추후에 기준을 상향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골드만삭스는 자기자본이 91조원으로 기준을 3조원에서 5조원으로 높인다해도 국제기준으론 초대형이 아니다"라며 "현재 자기자본 3조원에 추가로 진입하려고 하는 회사도 몇 개 있는데, 3조원 대 진입시 여러 사업이 가능하다는 꿈과 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랜드마크 72'. 경남기업이 건설한 건물로 미래에셋증권은 '랜드마크72'에 투자한 4000억원 중 선순위대출 3000억원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연 4.5%의 확정수익을 내걸고 판매했다.<자료제공=자본시장연구원><자료제공=크라우드넷>(서울=포커스뉴스) 현재 자기자본 3조원을 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대우(7조6800억원), NH투자증권(4조5000억원), 현대증권과 통합하는 KB증권(3조9200억원), 삼성증권(3조3900억원), 한국투자증권(3조1700억원)이다. 여기에 최근 5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한 신한금융투자까지 포함하면 총 6곳이다.2016.07.20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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