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뷰] ‘덕혜옹주’라고 쓰고 ‘손예진’이라고 읽는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8-03 16:5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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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 재조명

손예진, 타이틀롤 맡아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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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배우 손예진이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옷을 입었다. ‘덕혜옹주’는 한여자의 어린시절부터 노년까지 삶 전체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손예진은 ‘덕혜옹주’가 돼 작품에 임한다.


“‘덕혜옹주’의 삶을 극화한 순수창작물입니다.”

영화 ‘덕혜옹주’ 시작 전 스크린을 채우는 문구다. 그 말대로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하지만 알려진 역사의 사이사이에 알려지지 않은 덕혜옹주의 시간은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웠다.

덕혜옹주는 1912년 고종황제의 늦둥이 딸로 태어났다. 8살 어린 나이에 고종황제가 승하했고, 덕혜옹주의 삶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배경에 요동친다. 14살 일본 동경 강제유학, 19살에 일제에 의한 강제결혼까지 하게 된다. 결혼 후, 덕혜옹주는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게 되고 정신병원으로 옮겨진다.


해당 부분은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다. 이것만으로도 한 여인이 감당하기에 버거웠을 삶이다. 영화 ‘덕혜옹주’는 옹주가 고종황제의 사랑을 받았던 어린시절부터 시작해 3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담는다. 영화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덕혜옹주의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력을 더해 보여준다.

‘덕혜옹주’의 메가폰은 허진호 감독이 잡았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 ‘봄날은 간다’(2001년) 등의 작품의 메가폰을 잡았던 감독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명대사를 아직도 많은 관객이 기억할 정도로, 그가 스크린에서 펼치는 섬세한 감정의 깊이는 깊다. 그런 그가 덕혜옹주(손예진 분)의 옹주로서, 딸로서, 여인으로서의 모습을 스크린에 옮긴다.

영화 속에서 덕혜는 대한제국의 옹주로 일제에 고개 숙이려 하지 않았다. 일제 치하에 있는 백성에게 어떻게든 힘이 되려했다. 딸로서는 고종황제(백윤식 분)와 어머니(박주미 분)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여인으로서 자신의 곁을 지키는 김장한(박해일 분)에 대한 마음을 밑바탕에 남겨 두었다. 영화는 일제강점기에서 옹주의 무게까지를 감당해내야 했을 덕혜의 모습을 쫓아간다.


그 감정은 덤덤하지 않다. 이를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고 전달하는 것은 손예진의 힘이다. 대한제국의 백성들이 일제에 의해 어려운 생활을 하는 것을 지켜보고, 옹주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끌려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끝내 덕혜옹주는 조현병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손예진은 말 그대로 미친 연기로 소화한다. 시대의 아픔을 관객에게 가장 크게 전달하는 장면이다.

손예진 역시 덕혜옹주를 한 여성으로 접근했음을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옹주가 아닌 이덕혜라는 한 인간으로, 한 여성으로서의 인생으로 생각하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며 “영화를 찍을 때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임하게 된다. 그런데 영화 ‘덕혜옹주’를 보면서 기존에 내가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그게 덕혜옹주의 역사성, 진실성, 비극성인 것 같다”고 미친 연기의 이유를 밝혔다.

박해일은 덕혜옹주의 곁을 지키는 김장한 역으로 등장했다. 역사 속에서 고종황제가 정한 덕혜옹주의 약혼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김장한의 이후 행보에 대해 역사로 남겨진 이야기는 거의 없다. ‘덕혜옹주’에서 재탄생한 김장한은 좀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그에게 덕혜옹주는 나라에 대한 마음이었다. 박해일은 특유의 감성으로 넘치지 않은 김장한을 만들어 여심을 흔든다.


박해일은 ‘덕혜옹주’를 보는 현실을 사는 관객들이 다양한 정서를 가져갔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박해일은 “허진호 감독이 담아낸 눈물 속에 담긴 미묘한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덕혜옹주를 보러 오시면, 영화 속에 애틋함과 희망적인 느낌 등 다양한 정서들을 가져가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를 관통한 한 여인의 삶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시대의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일제를 돕기 위해 움직였던 친일파 한택수(윤제문 분)는 광복 후, 유유히 사라진다. 일제강점기에 시대에 발맞춰 살았던 수많은 사람에 대한 처벌이 미진한 점을 꼬집는 대목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그에 대한 판단은 유보된다.

일제강점기는 주로 독립운동가의 활약상으로 담겼다. 하지만 ‘덕혜옹주’는 실존했던 한 여인의 삶으로 시대의 아픔을 가져온다. 그로 인한 아쉬움도 남는다. 화려한 액션이나 통쾌한 복수극에 대한 측면이다.

하지만 실존했던 한 여인이 현실을 사는 이들에게 전하는 감정만큼은 진하다. 3일 개봉.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덕혜옹주'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덕혜옹주'로 열연한 손예진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덕혜옹주'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덕혜옹주'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덕혜옹주' 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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