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 목판에 새겨진 남도의 풍경과 삶…'판화계 거장' 김억 작가의 '남도풍색'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8-01 18: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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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 나무화랑서 오는 12일까지 연장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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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한국 판화계 거장 김억 작가의 '남도풍색(南道風色)'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나무화랑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해남윤씨의 종택인 녹우당부터 두륜산, 달마산, 땅끝마을을 거쳐 보길도에 이르기까지 50㎞에 달하는 남도의 풍경이 10m 길이 화폭을 따라 한눈에 펼쳐진다. 굽이굽이 산맥을 따라 이어진 시선은 바다에 이르러서야 멈춘다.

김억 작가는 작품 완성을 위해 2년 전부터 해남과 강진을 오갔다. 지도를 펼쳐 산세와 지형 등 지리를 먼저 익힌 뒤 인문지리, 역사, 인물, 문화, 풍속 등을 공부했다. 1년2개월간 공부와 답사를 마친 뒤 8개월 동안 쉬지 않고 작업에 몰두한 끝에 작품 10점이 빛을 봤다.

'남도풍색'은 단순히 남도 풍경만을 담지 않았다. 풍경 안에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오버랩된다. 그림 가운데에는 고산 윤선도와 다산 정약용이 등장한다. 동시에 김억 작가의 이웃들도 여기저기서 자리한다. 유구한 산천과 유리되지 않는 사람들의 삶을 한정적인 시간성을 넘어서서 시각화했다.

김억 작가는 "목판 위에서 풍부한 사실감과 존재감을 뿜어내는 자연 경관들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다. 그것은 실존의 의미있는 사건들이 이어지는 장소이며 우리의 도덕적·지적·정신적 토대가 만들어지는 근원적 자리다"라고 설명한다.


김억 작가는 시각적인 면 뿐 아니라 그림에 다양한 내용을 담아 풍경화라는 장르적 한계로부터 일탈을 시도했다. 풍경화라는 장르를 넘어 진경(眞景)에 바탕한 지리, 인문지리, 역사, 민중의 삶, 풍경을 아우른 종합적 국토문예로서의 ‘풍색’을 담는 것에 집중했다. 전통 동양화의 부감법, 다시점의 대관법 등 조형법과 사실적 서구적 재현을 아우르며 작품을 구성한 결과다.

실제로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꼭대기에 앉아 쉬고 있는 사람부터 돌부처 앞에서 절하고 있는 사람, 절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 등 곳곳에서 민초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마치 '월리를 찾아라'를 보는 듯 디테일한 장면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시된 작품들은 남도풍색 사이사이에 있는 부분적이고 디테일한 풍경들을 좀더 진지하게 담고 있다. 전시는 관람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오는 12일까지 연장됐다.김억 작가의 '남도풍색(南道風色)'전이 오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나무화랑에서 열린다. 조승예 기자 sysy@focus.co.kr김억 작가의 '만덕산 다산초당'(136.5×59cm, 한지에 목판릴리프, E.d 7, 2016) 작품(왼쪽)과 '만덕산 백련사'(136.5×59cm, 한지에 목판릴리프, E.d 7, 2016) 작품.<사진제공=나무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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