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상륙작전 이범수 "입체적이진 않아도 선명해서 멋진 림계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8-06 07: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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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로 데뷔

'인천상륙작전'서 이정재와 대립하는 악역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으로 분해
△ [K-포토] 배우 이범수의 미소

(서울=포커스뉴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이요? 흡족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흥분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어요."

'인천상륙작전'의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포커스뉴스>와 만난 이범수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같은 날 개봉하는 외화 '제이슨 본'과 천만을 향해 질주 중이던 '부산행'과의 맞대결에도 불안함을 보이긴커녕 기대감으로 가득 차 보였다.

결과가 나왔다. 개봉 열흘여가 지난 5일까지 '인천상륙작전'은 전국 극장가에서 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논란이 없지 않다. 조악한 만듦새에 대한 지적과 이념을 둘러싼 논쟁 등이다.

그러나 '인천상륙작전'은 9년 만에 돌아온 무적의 인간 병기(제이슨 본)와 피에 굶주린 좀비 떼(부산행)를 물리쳤다. 언론 시사회 이후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고, 대작과 맞서 일궈낸 흥행가도다. 이범수가 보인 두터운 신뢰가 근거 없는 자신감의 발로(發露)는 아니었던 셈이다.

"물론 아쉬운 마음이 하나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적어도 지인에게 권하기에 부끄럽지 않은 영화가 나왔어요. 촬영이 끝나고 개봉하기까지 시간이 촉박했지만 자체적을 끊임없이 회의를 거듭하며 보완을 거쳤어요. 평이 엇갈려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일반 관객들이 좋아해 주셔서 뿌듯한 마음이에요.



'인천상륙작전'이 흥행에 성공한 데에는 배우들의 호연이 큰 몫을 했다. 맥아더 장군 역의 리암 니슨은 묵직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았고, 이정재는 작전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해군 첩보 부대장 장학수로 분해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이범수는 이들에 맞서 대립하는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소련 유학파 출신의 엘리트 군인인 림계진은 철두철미한 성격에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는 체제 선봉주의자다. 체제 유지를 위해선 인민군에게도 총부리를 겨누는 냉혈한이다.

"전쟁영화라고 하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즐겨봤다"는 이범수는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간 악역 연기를 자주 해온 탓에 '변신'에 대한 요구를 받았던 이범수지만 "또 악역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1999년 이정재·정우성 주연 '태양은 없다'에서 이들을 쫓는 추격자 병국으로 출연하며 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이범수다. 처음으로 영화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도 2006년 '짝패'에서 징글징글한 악역 장필호를 연기하면서였다. 그는 이 역할로 제14회 춘사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드라마 '자이언트'(2010년)', '라스트'(2015년), 영화 '신의 한 수'(2014년) 등 최근작에서도 그는 악인(惡人)으로 분했다.

"악역만의 매력이 있어요. 악역은 영화에서는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해요.자극적이어서 몸에는 좋지 않지만 맛을 돋워 주는거죠. 림계진도 그런 인물이에요. 나쁜 사람이지만 분명히 영화의 재미를 끌어올려요. 림계진 역을 제안받고 고민했던 부분은 출연할까 말까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였어요"


이범수는 림계진을 표현하려고 7kg 가량을 찌웠다. 기름지고 능글맞은 림계진의 면모를 부각하고 싶어서였다. 여기에 전작인 '신의 한 수'의 살수와 차별점을 주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는 "나만의 스타일로 배역을 재창조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북한 사투리와 러시아어도 자신만의 느낌을 살려 '이범수 식'으로 소화해냈다.

어떻게 보면 평면적일 수 있는 림계진이라는 인물에 대해 그는 "분명히 입체적인 인물은 아니다. 시종일관 감정의 동요 없이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인다. 하지만 어떤 캐릭터가 반드시 입체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한가지 특성을 선명하게 부각한다면 또 그것 대로의 매력이 드러나는 법이다. 악독한 그의 성격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악역 연기에는 일가견이 있는 이범수에게도 어려운 순간은 찾아왔다. 실제 역사를 다룬 '인천상륙작전'에 임하면서 그릇된 신념에 매몰된 림계진을 '제대로' 표현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신의 한 수'의 살수는 만화에 나올 법한 인물이에요. 영화 자체도 오락성이 짙어서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인천상륙작전'은 엄연히 존재한 역사를 다뤘잖아요. 지금 이 시점에서 림계진의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여 연기하려고 하니까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여러 가지 명분을 세워서 나 자신을 속여야 했어요. 림계진은 공산주의자보다는 민족주의자에 가깝다고 스스로 설정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이같은 노력 덕분일까. '인천상륙작전'의 림계진은 이범수의 말처럼 '선명한' 악(惡) 그 자체로 등장한다. 때로는 서늘한 냉소로, 어떨 땐 광기에 젖은 모습으로 시종일관 이정재가 이끄는 '엑스레이(X-RAY)' 부대원들을 괴롭히며 관객의 분노를 자아낸다.

그런데 아쉬운 마음이다. 이범수의 악역 연기도 일품이지만 그는 이 외에도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배우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코미디 연기는 정평이 나 있다. 이정재와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영화 '오! 브라더스'(2003년)에서는 조로증에 걸린 오봉구 역으로, '정승필 실종사건'(2009년)에선 납치된 금융맨 정승필로 분해 관객의 배꼽을 빼놓던 그다.

이범수 역시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말로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시기마다 들어오는 역할이 다르다. 최근엔 악역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언젠간 다시 코미디의 시대가 올 것이다. 곧 유쾌한 모습을 보여드릴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며 웃어 보였다.

이날 그는 동료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을 언급하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 분야에서 이처럼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다는 건 그 만큼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물었다. "배우 이범수가 27년째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 것 같냐."

"부족한 사람이지만 한 가지 장점은 있어요. 스스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해요. 도전과 모험을 피하려고 하지도 않고요. 그런 면을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아직 해보고 싶은 역할이 정말 많아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서울=포커스뉴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범수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26 김유근 기자 배우 이범수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 역을 맡아 이정재와 극한 대립을 형성한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배우 이범수는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 역을 맡아 이정재와 극한 대립을 형성한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서울=포커스뉴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범수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26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범수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26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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