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이러고도 대학내 성희롱 대책 말할 수 있나
(서울=연합뉴스)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최근 교수의 제자 성희롱 사건이 종종 불거지고 있지만교육부는 제대로 된 통계자료조차 확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대학 내 성범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까지 4년제 대학의 성범죄 건수는 100건, 성범죄 교원은 31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통계에 잡힌 대학은 모두 78개교로, 전국 4년제 대학(198개)의 39%에 불과해 교육부가 전국 대학에서 일어난 성희롱사건의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통계자료에는 성희롱사건이 자주 발생한 서울대와 고려대도 누락돼 있다고 한다. 자료 제출이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대학당국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학내 성희롱 사건이 몇 년전부터 빈발하고 있는데도 종합적인 통계자료가 없다는 것은 교육부가 캠퍼스내 성희롱사건에 얼마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대학내 성범죄 대책을 세우려면 기본적 통계의 확보는 기본일 것이다.
우리 교육부의 태도는 미국 교육당국과 큰 차이가 난다. 미국에선 1990년 제정된 연방 ‘클러리법’(Clery Act)에 따라 각 대학에 성폭력 등의 범죄 통계를 매년 정확히 기록해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별 성폭력 발생 건수와 연도별 현황이 집계되고 통계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교육부는 지난해 학내 성폭력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학 55개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교육당국이 캠퍼스내 성희롱 근절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만큼 학생들에 대한 보호의식이 높다는 얘기일 것이다. 우리 교육부가 깊이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교육부의 무관심과 대학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의 영향으로 우리 대학내 성희롱 사건은 갈수록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 연말 세계적 수학자로 명성을 떨친 서울대 강석진 교수가 9명의 제자를 수년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전격 구속돼 충격을 준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최근 서울대 경영대학원의 A 교수가 또다시 성희롱추문을 일으켰다. A 교수는 술자리 등에서 여학생 뺨에 입을 맞추거나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묻고 여학생에게 사적인 만남을 요구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얼마전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제자에게 입맞춤 등을 한 혐의로 기소돼 경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중앙대 고려대 카이스트 전남도립대 충남대에서도 교수들의 성희롱사건이 지난해 꼬리를 물었다. 교수와 제자라는 특수한 '갑을'관계를 악용한 대학내 성희롱 사건은 다른 어느 유형의 성희롱 보다 가해자의 죄질이 나쁘다는 점에서 확실한 처벌이 이뤄져야 합당하다.
대학에서 교수들의 성희롱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들어 부쩍 많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시대 변화와 더불어 스승의 부당한 성희롱 행위를 용기있게 고발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을 뿐이다. 대학당국은 그동안 문제가 불거지면 진상 조사보다 교수 면직 등의 방식으로 사건을 봉합해왔다. 면직은 파면이나 해임과 달리 재취업에 영향을 받지 않는 처벌이어서 대학이 피해자보다 가해자 보호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회에는 현재 비위를 저지른 사립학교 교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면 의원면직을 제한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또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교사나 대학교수를 교단에서 퇴출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중이다. 국회는 하루빨리 이런 내용의 법령들을 통과시켜 대학에서 학생들이 성희롱의 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학문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교육부는 차제에 각종 대학지원사업에서 성희롱사건이 많은 대학에 패널티를 주는 현실적 방안도 적극 검토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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