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對美FTA 최대걸림돌 ISDS조항 철폐 결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7-09 17: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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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국가분쟁, 새 시스템으로 대체 논의 본격화

유럽의회, 對美FTA 최대걸림돌 ISDS조항 철폐 결의

투자자-국가분쟁, 새 시스템으로 대체 논의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유럽의회가 8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조항을 철폐토록 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ISDS를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회는 이날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과 관련, ISDS 조항을 수정토록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촉구하는 결의를 표결에 부쳐 찬성 447 대 반대 229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했다. 결의의 핵심은 "미국과 TTIP를 맺을 때 투자자들과 국가들 간 분쟁 해결을 위한 기존 ISDS 시스템을 다른 새로운 시스템으로 대체하라"는 것이다.

이번 결의는 TTIP 협상이 진행 중인 현 단계에선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EU와 미국이 TTIP를 최종 타결할 경우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결국 EU 집행위의 협상을 실질적으로 구속하는 것이다.

결의 주도자 중 한 명인 독일 사회민주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베른트 랑에는 "이번 결의 통과로 ISDS는 사멸했다"고 선언했다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전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도 "오늘 의회 표결 결과는 투자자-국가 분쟁을 중재하는 낡은 시스템이 TTIP에서는 재생되어서도 안 되며 될 수도 없음을 알려주는 신호"라고 화답했다.



◇ ISDS와 다국적기업의 국가주권 침해 논란

ISDS는 외국 투자기업이 해당 국가의 정책(법규)이 FTA에 어긋나 불이익을 당했거나 당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국제 중재를 통해 시정을 요구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ISDS 조항이 FTA에 포함되면 외국 기업이 당사국 정부의 사전 동의나 법원을 거치지 않고 국제민간중재기구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소송은 공적 기구인 법원을 통한 분쟁 해결 방식이지만 ISDS는 사적(私的)으로 해결하는 제도이며 분쟁당사자들이 중재인을 선정하게 되어 있다.

이 제도는 1980년대 이후 국가 간 투자협정(BIT)이나 FTA에 ISDS 조항이 포함됨으로써 실질적으로 국제법적 강제성을 띄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먹튀 논란'을 빚는 투기자본 론스타 펀드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기한5조 원대의 중재신청 역시 ISDS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유럽의 시민단체들은 애초 TTIP에 포함된 이 조항이 국가의 정책적·사법적 주권을 침해하고, 다국적 기업들에 부당한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도 이러한 비판에 가세하면서 "미국이 맺은 FTA 가운데 호주,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과 체결한 FTA에는 ISDS 조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의회가 이번 결의에서 ISDS를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과 관련해 주문한 것은 '민주적 원칙들이 적용되고 정밀한 감시를 받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U 집행위도 이미 투자자-국가분쟁을 다룰 '상설재판소'를 새로운 '독립적 국제기구' 또는 기존 국제기구 산하의 '다국적 기구'로 출범시키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구체화할 방안들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이해 세력들의 시각차가 적지 않아 새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TTIP 체결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 만들 TTIP의 명암

대서양을 사이에 둔 유럽과 미국 간에 TTIP가 체결되면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가 들어선다. TTIP의 목적은 종국적으로 관세를 없애고 각종 비관세 무역장벽을 철폐 또는 대폭 낮추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이를 통해 EU의 국내총생산(GDP)이 1천200억 유로(GDP의 0.5%), 미국은 950억 유로(GDP의 0.4%) 늘어나고 수출 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 수백만 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금상승과 수입물가 하락 등의 덕택으로4인 가구 기준 가구당 연간 약 500유로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TTIP로 인한 혜택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고 그마저도 일부 대기업이 주로 누리게 될 것이라는 반론이 학계와 시민단체 측에서 줄곧 나오고 있다.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마저도 EU 집행위의 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 일색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무엇보다 시민단체들은 ISDS가 포함된 TTIP가 교통·교육·급수·보건 등 사회적 필수 공공서비스나 식품·산업 안전 및 환경 등의 분야에서 꼭 필요한 사회적 규제를 약화시키는 한편 민영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또 협상이 대부분 비밀리에 진행돼 와 반대론자들은 TTIP가 '유럽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까지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초 EU 집행위는 TTIP의 장점만을 부각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TTIP 반대 청원 온라인 서명자가 2천만 명을 넘어서는 등 유럽 시민사회의 비판과 유럽의회의 압력이 거세지자 일부 입장을 바꾸었다. 특히 EU 최대의 수출국이자 경제 대국인 독일 정부에 프랑스까지 가세해 ISDS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대체 시스템'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와 관련한 EU 내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러나 TTIP 자체를 둘러싼 EU 주요국 정부와 의회, 시민단체, 산업계 간의 시각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업계단체인 비즈니스 유럽은 유럽의회 결의 직후 "협상 당사자들에게 강력하고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며 "가시적 결과를 곧 내도록 앞으로 협상에 박차를 가해달라"고 주문했다.

독일의 가브리엘 부총리는 앞서 FTA가 노동자 권리와 소비자 자유, 환경을 위협할 것이라며 반대하는 녹색당과 좌익 정당들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그는 FTA 반대자를 '일자리 파괴자'라고 비난하면서 "좋은 협정의 기본 방향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이를 결렬시키려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유럽 소비자단체 연합체 베크(Beuc)는 "유럽의회가 ISDS와 관련해 타협안을 내놓았지만SIDS 반대 운동은 오히려 더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의회도 수송 및 항공분야를 비롯해 공공서비스 부문은 TTIP에서 제외해야 한다면서 집행위에 대한 압력을 강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과 EU는 2013년 2월 TTIP 협상을 시작했으며, 올해 안에 타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ISDS 등의 쟁점을 둘러싼 이견이 미국에서도 제기되는 등 '암초'에 걸려 협상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TTIP 10차 협상은 오는 13~17일 브뤼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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