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 러시아 내 활동 금지돼
러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에 관한 법' 첫 적용…NGO 활동 위축 우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자국에서 활동해온 미국의 '민주주의진흥재단'(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NED)을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으로 규정했다.
러시아가 앞서 지난 5월 검찰로 하여금 헌정 질서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외국이나 국제 비정부기구를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으로 규정해 활동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을 채택한 뒤 NED가 처음으로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됐다.
러시아 검찰 공보실은 이날 발표한 보도문에서 "블라디미르 말리놉스키 검찰차장이 NED를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으로 규정하는 결정에 서명했다"면서 "재단의 전체적 활동 방향이 러시아의 헌정 질서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NED가 러시아의 영리 및 비영리 기구들을 이용해 선거 결과 무효화 운동, 정부 결정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위한 정치적 활동, 러시아군의 권위 실추를 위한 활동 등을 벌여왔다"면서 "이러한 활동을 위해 2013~14년 사이 러시아 기구들에 520만 달러(약 61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결정에 따라 NED는 러시아 내에 지부를 설치하거나 운영할 수 없고 언론을 통해 정보 자료를 배포할 수도 없으며 금융기관과의 거래도 할 수 없게 됐다. 이에따라 NED와 협력해온 러시아 내 인권단체 등의 비정부기구(NGO)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983년 설립된 NED는 미국 의회의 자금 지원을 받아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제도를 발전·강화 시키는 활동을 하는 비영리기구다.
러시아 내에서도 여러 NGO와 사회단체 등을 지원하며 민주주의 진흥 지원 활동을 펼쳐 왔다.
러시아 상원은 앞서 이달 초 자국에서 활동하는 NED와 '맥아더 재단', '소로스 재단' 등 12개 단체가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에 해당하는지를 판결해 달라는 요청서를 검찰에 보낸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검찰이 헌정 질서와 국방 및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단체의 활동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에 서명한 바 있다.
법을 어기는 단체나 불법 단체에 협력한 러시아 국민은 5천 루블(약 10만원)~50만 루블의 벌금이나 최대 6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도록 했다.
이 법 지지자 측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서방 국가 등 외부 세력이 러시아 내정에 개입해 정권 교체 혁명 등을 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이 법이 러시아 내에서 활동하는 국제 NGO와 이들의 지원을 받는 러시아 NGO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러시아 시민사회의 숨통을 죄기 위한 악법 가운데 하나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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