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인권 놓고 오바마 美정부 딜레마…`부각 않되 기론한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8-14 22: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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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방문 계기에 쿠바 '재야'·미 의회 일부 "정면 거론" 촉구


쿠바 인권 놓고 오바마 美정부 딜레마…`부각 않되 기론한다'

케리 방문 계기에 쿠바 '재야'·미 의회 일부 "정면 거론" 촉구



(아바나<쿠바>=연합뉴스) 노효동 특파원 = '정상화' 가도를 달리던 미국과 쿠바 관계에 인권 문제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14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미국 대사관 재개설 행사를 계기로, 미국의 정치권과 쿠바의 '재야'에서 쿠바 카스트로 정권의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사실 인권 문제는 그동안 미국의 대(對) 쿠바 정책의 가장 중심적 의제였다. 1959년 공산혁명 이후 사회주의 일당 체제를 유지해온 카스트로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반세기의 봉쇄와 고립 정책이 실패였음을 시인하고 카스트로 정권에 '악수'를 청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국교정상화의 대상인 카스트로 정권이 논의 자체를 극도로 기피하면서 인권 문제가 더이상 전면에 부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14일 대사관 재개설 행사에 반체제 인사들을 초청하지 않은 데서 이런 미국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존 케리 국무장관이 성조기 게양식 후에 소수의 반체제 인사들과 별도의 면담기회를 가질 예정이지만, 이는 미 국내의 비판론을 의식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국무부가 최근 인신매매 실태(TIP) 연례보고서에서 쿠바를 최하등급인 3등급에서 제외한 것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를 든든한 후원세력으로 믿어온 쿠바의 인권단체들과 이와 연계된 미국 정치인들로서는 쉽게 용인하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물론 부분적으로나마 인권이 개선되는 듯한 징후가 보인다. 쿠바에 수감 중인 정치범 규모는 1990년대 한때 300여명에 달했으나, 2011년 유럽연합(EU), 올해 미국과의 관계개선 과정에서 상당수가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카스트로 정권은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로 사회가 이완될 가능성을 우해 오히려 통제와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쿠바 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지난 6월에만 630명의 정치범이 체포됐다. 최근에는 수감 중인 정치범들의 부인들로 구성된 '백의의 여성'들이 주도한 시위에서 90여 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지난해말 장기구금 상태에서 풀려난 조르쥬 라미레즈 칼데론이라는 정치범은 지난 3월 인권관련 시위에 참석했다가 '공공질서' 혼란을 이유로 다시 징역 4년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걸친 감시체제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인터넷 이용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을 우려한 당국의 통제로 인해 극도로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쿠바 인권단체들과 미국 공화당의 일부 정치인들은 케리 장관이 이번 방문 기회에 쿠바 정부를 향해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에 전력 투구해온 미국 정부로서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카스트로 정권이 미국이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자체를 '주권에 대한 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의 한 소식통은 "케리 장관이 이번 대사관 재개설 행사에 반체제 인사들을 초청하지 않은 것은 쿠바 당국자들이 '그들이 참석하면 우리는 불참할 것'이라고 나왔기 때문"이라며 "쿠바 내부의 문제에 외국 정부가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쿠바의 엄연한 인권 문제에 눈을 감는 것은 전 세계를 향해 인권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미국의 리더십에 상처를 주는데다가, 미 국내에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이에 케리 장관은 이날 브루노 로드리게즈 쿠바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인권 문제에 대해 '적절한 수위'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인권 문제는 지속적으로 양국 사이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 중국과 베트남의 개방 과정에서 처럼 전면적 이슈로 부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쿠바의 한 전직 공무원은 "북한과 같은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쿠바의 인권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거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미국 정치권에서는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의식해 인권문제를 두드러지게 거론하지는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2월 이후 20여 명의 의원들이 쿠바를 다녀가면서도 과거처럼 반체제 인사들과 접촉하지는 않고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이 전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인권 문제를 기회있을 때마다 다양한 경로로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는 '지속적 현안'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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