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서비스 특수성 고려해야" 합헌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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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공개변론 |
(서울=포커스뉴스) 의료인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8항이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다투는 공개변론이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의료인들이 낸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앞서 일부 의료인들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이른바 ‘1인 1개소’만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네트워크 병원’ 등 운영을 금지한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김성수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등이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이야기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는 최혁용 대한브랜드병의원협의회 부회장이 출석했다.
또 해당 의료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주장하는 이해관계인(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 측 대리인으로는 정의정 법무법인 원일 변호사 등이 나서 변론을 했다. 참고인으로는 유화진 법무법인 여명 변호사가 출석해 의료법 조항의 합헌성에 대해 진술했다.
이날 공개변론의 쟁점은 해당 의료법 조항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금지한 것이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 △평등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등이었다.
먼저 변론에 나선 것은 청구인 측 대리인 김성수 변호사였다.
김 변호사는 “현행 의료법상 복수개설 금지 조항은 입법단계에서 보건복지부도 역시 과잉규제라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는 조항”이라며 “법문의 표현이 명확하지 않아 명확성 원칙을 위반할 뿐 아니라 의료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와 함께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나선 박성철 변호사도 역시 네트워크 병원의 장점을 강조하며 해당 의료법 조항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네트워크 병원의 경우 같은 상호를 쓰면서 진료기술, 마케팅 등을 공유하는 것으로 의료인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이름만 빌려 개업하는 ‘사무장 병원’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 “네트워크 병원은 양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으며 행정감독도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청구인 측은 또 대법원이 지난 2003년 중복개설 금지 조항의 취지를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관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점도 역시 근거로 삼았다.
법 조항의 취지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관리 방지에 있는 만큼 네트워크 병원을 금지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이해관계인 측 대리인은 보건의료서비스의 특수성을 부각시켜 의료인의 복수의료기관 개설·운영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관계인 측 정의정 변호사는 “의료행위가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일환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국민건강 보호와 증진에 부합하도록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의 의료기관 복수개설·운영을 금지한 입법자의 판단은 입법재량을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기관의 복수개설·운영을 허가할 경우 국민건강보호보다 영리추구를 우선으로 한 과잉진료와 환자유인, 소규모 개인의원 폐업 등 문제점도 대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병원 내 납품 등을 대가로 리베이트 수수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미 의사들간 협진이나 공동구매, 공동홍보 등이 허용되고 있는 시점에서 효율성을 이유로 네트워크 병원을 허가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해관계인 측 설명이다.
지난 2011년 당시 양승조 민주통합당 의원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33조 8항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 법에서는 병원의 개설에 있어서만 금지해왔지만 개정안의 경우 개설은 물론 운영까지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같은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 2012년 8월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입법 당시 일각에서는 국내 127개, 미국 13개 등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네트워크 병원 ‘유디치과’를 견제하기 위한 법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유디치과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대규모 네트워크 망을 이용한 재료 공동구매 등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아당 250만~300만원 상당이던 임플란트 가격은 120만원 이하로 절반 이상 저렴해졌다.
스케일링도 대부분 공짜로 진행했다.
이같은 유디치과의 전략이 통하자 다른 치과들도 비슷하게 운영방식을 바꿨고 하나둘 가격 인하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치과협회는 유디치과의 불법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고 2013년에는 의료법 위반으로 검찰 고발을 진행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유디치과 관계자 7명을 불구속기소하고 9명에 대해서는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그러던 중 유디치과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해온 남성 비뇨기과 병원인 맨남성의원이 1인 1개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고 위헌성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리게 된 것이다.
만약 향후 헌법재판소가 1인 1개소법에 대해 위헌이란 결정을 내리게 되면 유디치과는 그동안 시달렸던 불법성 논란을 벗을 수 있게 된다.
반면 합헌 결정이 내려지게 되면 치과 운영 자체에 제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통상적으로 헌법재판소는 공개변론 몇 개월 안에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려왔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상반기 안에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헌법재판소 대심판정.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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