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보톡스 시술' 가능한가…대법 공개변론 '갑론을박'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19 20:46:00
  • -
  • +
  • 인쇄
'구강악안면' 정의·보톡스 안전성 두고 설전

양승태 대법원장 비롯 대법관들, 질문 쏟아내
△ 세월호 이준석 선장, 무기형 확정

(서울=포커스뉴스) 치과의사의 보톡스 시술 행위가 의료법 위반인지 여부를 두고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열었다.

대법원은 19일 오후 2시 20분 대법정에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치과의사 A씨의 보톡스 시술 행위 위법성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열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치과의사가 미간과 눈가 등에 대해 보톡스 시술을 하는 것이 처벌 대상인지를 두고 피고인과 검찰 측이 공방을 벌였다.

현장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들과 검찰 측, 피고인의 변호인, 양측 참고인 등이 출석했다.

피고인 측 홍석범 변호사는 “구강악안면외과는 치과의 진료영역이고 안면은 치과영역에 포함되는 만큼 안면 미용성형이나 재건을 위한 외과행위는 치과의사에게 허용돼야 한다”며 “안면부 보톡스의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 요소가 높지 않고 치과의사의 진료 영역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해수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검사장)은 “치과 의료행위는 치아 및 구강조직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행위로 외국에서 ‘구강악안면외과’의사가 되는 요건과 우리나라의 요건이 달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악안면 부위 진료행위는 치과의사 면허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보톡스 시술행위 역시 공중위생상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부규 서울아산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는 “‘구강악안면’은 구강과 악 및 안면을 의미하는 것으로 치과의 가장 오래된 전문 과목으로 시작됐을 뿐 아니라 학회 역사 역시 길다”면서 “치과대학 학습 과정 중 악안면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우고 실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톡스 시술은 1987년 미국 FDA 승인 후 1건의 사망사고도 보고되지 않았고 부작용도 일시적”이라며 “보톡스 부작용의 경우 치과의사가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치과의 필수적 시술로 세계 치과 교과서에서도 다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치과의사는 안면부 미용성형 및 재건을 위한 치료를 할 수 있다”면서 “만약 이를 금지한다면 전국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들의 정당한 진료행위가 불법 치료로 치부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검사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강훈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정 반대의 의견을 내놨다.

강 교수는 “일반인의 상식과 사회통념상 치과의사의 진료범위는 치아와 구강”이라며 “외국과 우리의 면허제도가 다른 상황에서 ‘악안면’에 대한 외국의 정의를 국내에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강악안면의 정의를 눈가나 미간을 포함하는 안면 전체로 확장하는 것은 우리나라 면허체계에 어긋난다”며 “보톡스에는 다수의 부작용이 있고 치과의사는 전신질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이를 대응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모두 변론과 참고인 의견 진술이 끝난 뒤에는 재판부의 질문이 이어졌다.

먼저 양승태 대법원장은 “막연히 안면이 치과 의료 대상에 속한다는 이유로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변호인 측 참고인 이 교수는 “치과의사가 안면의 모든 부분을 다룰 수는 없다”면서도 “시각, 청각, 후각 기능치료 행위나 전신적 질환 치료 행위는 치과의료 행위에서 벗어나ㅣ만 치과대학 교육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안면부 외상, 안면부 재건, 안면부 기형, 안면부 미용성형 등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주심인 박상옥 대법관은 검찰 측 참고인 강 교수에게 치과의사가 치료수단으로 사용하는 보톡스의 위험성에 대해 물었다.

강 교수는 “미간이나 입 주변에 상당량을 주입해쓸 때 혈관에 들어가거나 목 근육을 마비시키고 폐렴을 유발하는 등 사안에 따라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 있다”며 “많은 경험이 필요하고 환자의 전신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만큼 치과의사가 턱에 보톡스를 주입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소영 대법관은 보톡스 부작용과 관련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검찰 측 의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의 경우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의사가 부족한 지역의 경우 다른 전문과목이 아닐 경우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 비단 이 문제가 치과의사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 측 참고인 강 교수는 “보톡스 시술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의 전신상태를 파악해 시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치과의사보다 일반 의사가 낫다”면서 “예방이 더 중요하긴 하지만 중증의 부작용이 생겼을 때 기도를 확보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약제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순일 대법관은 해당 사안이 보건복지부와 전문가 협회 등에서 상의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툼이 있을 경우 국회 입법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사법기관이 전문적인 영역에 대해 먼저 판단해야 할만큼 형사정책적 공익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유관기관과 협의를 시도했고 기소유예라는 소극적인 처분을 내린 것도 이 이유”라며 “그러나 영역간 다툼이 많은 만큼 이번 판결을 통해 직역의 영역을 확고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법관과 양측의 질의응답시간이 끝난 뒤 피고인 측 김수형 변호사는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의료인 임장에서 명확하고 엄격하게 해석돼야 하지만 안면부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 밖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보톡스는 안전한 시술이고 의학과 치의학 상호 교류를 통한 수많은 의술 발전이 있었던만큼 집단의 이익만을 고려해 엄격하게 영역을 구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검사는 “보톡스 시술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다”면서 “의료법 내용과 취지, 유권기관의 해석, 각 직역별 전문성 등에 비춰볼 때 면허범위의 구별은 명확하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공개변론 내용과 사건 기록 등을 토대로 전원합의체 합의 절차를 거쳐 치과의사의 보톡스 수술 위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결 선고 기일을 따로 지정하고 소송관계인에게 이를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1년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병원에서 환자 2명에게 보톡스 시술법을 이용한 주름치료를 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은 보톡스 시술이 치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치외과적 시술에 해당하지 않고 눈가, 미간 주름이 질병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A씨에게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유예했다.

선고유예는 형의 선고를 미뤘다 2년이 지나면 무죄에 가까운 면소(免訴)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2011년 한의사와 양의사 면허범위 내 의료행위 판단기준과 관련해 “의료법은 의사, 한의사 등의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에 관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 법조문이 없다”며 “구체적인 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의료법의 목적, 구체적 의료행위에 관련된 규정의 내용 등을 감안해 사회통념에 비춰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한의사의 X-선 골밀도측정기 이용 성장판 검사행위, 한의사의 IPL(주근깨·검버섯 등 제거수술) 시술행위, 한의사의 필러 시술행위 등이 의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헌법재판소는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등을 이용한 한의사의 검사행위에 대해 의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있다.대법원 대법정. 2015.11.12 양지웅 기자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